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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07. 2023

0806@Beaubourg


보부흐 Beaubourg. 이름은 아름다운 동네라지만 오랜 기간 시장과 공터가 몰려있던 이곳은 파리의 대표 우범지역이었다. 퐁피두 대통령이 이곳에 복합문화센터를 짓고 나서야 동네 이미지는 달라졌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파리 미술관의 무료 개장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아니 끌고 퐁피두센터를 찾았다. 성인들에게도 낯설고 불친절한, 때론 불쾌하기까지 한 현대 미술을 아이들이 즐기리라 기대하는 건 사실 무리다. 하지만 이곳은 미술관이기 전에 문화센터인 곳. 5층 전시관의 주요 작품을 주마간산으로 훑어본 뒤 에펠탑부터 몽마르트르 사크레대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빈둥댔다. 2층 열람실에서 공부하던 젊은이들은 5층 복도로 나와 수다를 떨며 지친 뇌를 재충전한다. 별로 본 것도 없지만 이미 녹초가 된 애들을 끌고 2층 도서관으로 향했다. 만화책, 그림책 열람실 옆, 성능 좋은 게임기가 구비된 방이 하나 있다. 애들은 드디어 자기들이 왔어야 마땅한 곳에 왔다는 표정으로 각자 게임기를 집어 들었고, 난 잠시 해가 지는 파리 풍경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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