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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14. 2023

0813@Pentrez, Saint-Nic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순전히 모래 해변이었다. 브르타뉴 서쪽 끝, 구글 지도로도 확인 가능한 긴 해변이 보였고 무작정 근처 숙소를 잡고 보니 생닉Saint-Nic이라는,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낯선 도시였다. 마치 로마 유적처럼 보이는 폐허 석조 건물을 지나자, 트루먼쇼의 세트 같은 동네가 나타난다. 모든 건물이 방금 페인트칠을 끝낸 것처럼 깔끔했고, 누군가 살고 있는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부유한 영국, 프랑스인의 별장 같았다. 리조트 단지도 넓었다. 펜트레즈 Pentrez 해변가는 안면도 해안을 연상시킬 정도로 조수간만의 차가 컸고, 백사장은 완만하고 넓었다. 브르타뉴의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들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해안가 옆 절벽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고급 맨션들이 여럿 세워져 있었는데, 유명 작가나 화가들이 쇠락한 창작열을 되살리러 오는 별장처럼 보였다. 나 같은 외지인은 프랑스의 방방곡곡을 가고 싶어 하지만, 사실 프랑스인들은 좋아하는 휴양지를 정해놓고 매년 거기서 한 달씩 쉬며 바캉스 시즌을 보낸다더니, 이곳이야말로 정말 주변에 식당, 마트 하나 없는, 아는 사람만 아는 딱 프랑스식 휴양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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