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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23. 2023

0822@Canterbury


대성당으로 유명한 캔터베리는 5-6세기 앵글로색슨족의 주요 도시였던, 아주 오래된 마을이다. 유럽 역사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바로 복잡한 민족. 켈트족, 앵글로색슨족, 노르만족, 갈리아족 등등. 우리 눈엔 영국 언저리 사는 똑같이 생긴 민족  같지만, 사실 캔터베리는 켈트족을 프랑스로 몰아내고 이 구역을 장악한 앵글로색슨족의 도시였다. 물론 앵글로색슨족도 10세기가 지나면서 노르만족에게 밀려나게 된다. 도심 중앙에서 만난 제프리 초서 Geoffrey Chaucer는 노르만족이 가장 강력하던 14세기 시절, 런던에서 살던 영국 문학의 아버지다. 영문과를 졸업한 나는 동상을 보자마자 <캔터베리 이야기>를 떠올려 유식함을 자랑했지만, 내용을 묻는 질문에 바로 무식한 사람이 됐다. 영어 독해도 쉽지 않은 내게, 영어는 상놈들의 언어라며 노르만어와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던 귀족 초서가 영어로 쓴 작품을 어떻게 읽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산문이 아닌 운문. 라틴어(처럼 보이는)로 적힌 시를 읽는 건 분명 내 능력 밖의 일이었을 텐데, 마치 흑마법사처럼 디자인된 초서 동상이 글 내미는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어찌 넌 영문과 졸업생이 내 작품도 읽지 않을 수가 있냐고 꾸짖는 느낌이다. (국문과 졸업생이 홍길동전 내용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혼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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