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을 더 가야 하는 작은 마을 마게이트는 런던에서 일하는 바텐더나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던, 집값이 저렴한 조용하고 낙후된 해안 마을이었다. 1시간 반이 넘는 출퇴근길이 어찌 가능할지 상상이 잘 안 갔지만, 사람들은 여기 피시 앤 칩스가 특히 맛있다며-사실 피시 앤 칩스 맛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만-마게이트의 삶에 만족해했다. 영국 정부의 균형 발전 정책 일환으로 인상주의의 사상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윌리엄 터너의 이름을 딴 현대 미술관도 건립됐다. 입장료는 당연히 무료. 보통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가면 결국 누구나 예측 가능한 뻔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젠트리피케이션. 개발이 덜 된 조용한 해안가 마을, 정부도 외면하지 않는 입지. 개발업자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제2의 브라이튼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마게이트엔 이미 힙하고 쿨한 식당과 가게가 많다. 광장의 깔끔한 주택들은 관광객을 끌어당기고, 실제 노천카페엔 제법 많은 관광객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 맛있다던 피시 앤 칩스는 역시 훌륭했지만 가격도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 이어 리스본, 그리고 나폴리까지. 여기에 관광 잠재력이 있는 작은 유럽 도시 모두 전지구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터너 현대 미술관에서 입장료를 받을 일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