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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Vilnius

by 알스카토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는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다. 올드 타운을 잠깐 둘러봤는데 흐린 날씨 때문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빈티지가 아닌, 문자 그대로 낡은 느낌이었다. 이곳이 키이우인지 빌뉴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우크라이나 국기가 도시 곳곳에 많았다. 실제 리투아니아인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와 싸운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박했고, 그 때문인지 도시 분위기는 키이우만큼이나 염세적이었다. 영부인이 나토 정상 회담 중에 들렀다가 현지 언론에 들켰던, 그 명품숍을 발견했지만 그곳마저도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엔 에너지가 지나치게 차분했다. 비를 피해 들른 리투아니아 전통 식당 메뉴판엔 온통 감자 요리뿐이었고, 고민 끝에 고른 리투아니아식 만두엔 까르보나라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우울한 맛이었다. 함께 일하는 리투아니아 동료는 국가 화폐를 유로로 바꾼 이후로 인플레이션은 일상이 됐다면서도, 작년의 20% 인플레이션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 표정이 어두운 건가. 도시 전체가 너무나 우울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나마 도심 가운데 거칠게 자란 들꽃이 유일하게 덜 우울한 풍경이었다. 날이 맑았으면 좀 달랐으려나.


약소국과 연대하는 의리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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