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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Vilnius

by 알스카토
게디미나스 탑

우리 눈엔 다 똑같아 보이지만 리투아니아는 동유럽과 러시아의 다수 민족인 슬라브족과 다른, 발틱족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러시아랑 역사도 민족도 공유할 게 없던 나라였는데, 아무래도 약소국이다보니 슬라브족들인 폴란드, 러시아에게 지배를 많이 받았다. 2차 대전 직전, 수도 빌뉴스를 두고 폴란드와 다투던 리투아니아는 수도를 되찾기 위해 소련의 힘을 빌렸고, 그 뒤 자연스레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 됐다.(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꼴) 하지만 100년 넘는 러시아 지배기간 동안에도 국가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 연고도 혈연도 없는 소련 한집 살이가 쉬웠을리 없다. 결국 1988년, 소련 병합 50주년을 맞이해 기가막힌 독립 요구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게 바로 '발트의 길' Baltic's Way이라 불리는 인간띠였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국경 650km를 따라 3국의 2백만 사람이 길에 나와 손에 손을 잡은 것. 물론 퍼포먼스가 독립의 비결은 아녔겠지만, 마침 고르바쵸프의 개혁개방 선언이 있었고, 소련 연방의 구심력도 약해져가는 타이밍을 잘 포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올드 타운의 게디미나스 탑 Gediminas Tower은 당시 인간띠의 시작점으로 리투아니아 독립의 상징적 스팟이다. 역사가 이러니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싸울 수밖에.


발틱의 길 (source@L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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