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9@Marie du 15e

by 알스카토


처음 파리 와서 추석 연휴를 맞았을 때, 보름달 보고 '오 신기하게 프랑스에도 오늘 보름달이 떴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이렇게 무식한 얘기를 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니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건 마치 왜 유럽 축구는 새벽에 하나요란 질문만큼이나 멍청한 얘기였다. 나 자신을 변호해 보자면, 일단 여긴 추석 명절 분위기가 전혀 안 나고, 도시 풍경이 정말 추석스럽지 않다 보니, 내가 추석 때 보던 그 보름달이, 같은 시기 이국적인 풍경 위에 떠있는 게 낯설었다.(전혀 변호가 안 되는 느낌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처럼, 한국에 있을 땐 명절이란 게 산드라 블록의 중력처럼 지긋지긋했고(차량 정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프랑스에 와 한가한 추석을 보내서 홀가분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명절 분위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선명한 보름달을 보니, 한국에도 슈퍼문이 떴다는 기사가 떠올랐고, 오래전 가족과 떨어져 타향살이하던 분들이 왜 달 보며 슬퍼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묘한 연대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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