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파리 와서 추석 연휴를 맞았을 때, 보름달 보고 '오 신기하게 프랑스에도 오늘 보름달이 떴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이렇게 무식한 얘기를 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니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건 마치 왜 유럽 축구는 새벽에 하나요란 질문만큼이나 멍청한 얘기였다. 나 자신을 변호해 보자면, 일단 여긴 추석 명절 분위기가 전혀 안 나고, 도시 풍경이 정말 추석스럽지 않다 보니, 내가 추석 때 보던 그 보름달이, 같은 시기 이국적인 풍경 위에 떠있는 게 낯설었다.(전혀 변호가 안 되는 느낌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처럼, 한국에 있을 땐 명절이란 게 산드라 블록의 중력처럼 지긋지긋했고(차량 정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프랑스에 와 한가한 추석을 보내서 홀가분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명절 분위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선명한 보름달을 보니, 한국에도 슈퍼문이 떴다는 기사가 떠올랐고, 오래전 가족과 떨어져 타향살이하던 분들이 왜 달 보며 슬퍼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묘한 연대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