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Skrzelew

by 알스카토


전쟁 이후 도보로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두 번 건넜다. 보통 기차를 타고 건너지만, 난 메디카라는 폴란드 남동쪽 국경검문소가 친숙했다. 폴란드도 산이 거의 없는 평원 지대인데, 지난여름 우크라이나 가는 길 양 옆으로 펼쳐진 해바라기 밭이 장관이었다. 폴란드도 복 받았구나 싶었는데 국경을 건너니 해바라기밭의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해바라기 외에도 옥수수, 밀 밭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세계지리 시간에 배웠던 곡창지대가 우크라이나란 건 그 뒤에 알았다. 농업 부심이 있는 나라 옆에 저런 농업 챔피언 국가가 있다는 게 갈등의 씨앗이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생존을 위해 뭉쳤던 두 나라였지만, 평소라면 들어올 수 없던 저렴한 우크라이나 곡물이 폴란드로 들어오니, 폴란드 농부들이 난감해진 것. 바르샤바에서 조금만 이동해도 경기도 화성 분위기의 넓은 밭이 나온다. 감자도 있지만 대부분 옥수수였다. 여기서 만난 농부 아저씨는,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와 부딪혀야 한다는 게 껄끄럽지만 자기도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난감해하셨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가 섞이면 수학과 대학원생도 풀기 힘든 고차원 함수 방정식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지금 폴란드는 총선을 앞두고 일단 문제 답안지를 빈칸으로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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