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파리로 오게 됐을 때 코로나가 한창이었고, 여름휴가철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변에선 집 구하기가 당장 어려울 테니 가을까지 보고, 길게 알아보라고 했다. 한국과 달리 파리에선 보통 집주인이 세입자를 심사해서 선택하는 구조다 보니, 프랑스에 연고가 없는 외국인이 집을 구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다행인 건 프랑스에도 집 구하는 앱들이 있었다. 일단 아이 학교 도보 통학 가능 거리, 우리 식구가 살 수 있는 크기, 내 예산, 나아가 파리 생활 경험자가 신신당부한 조건(중앙난방과 이중창)을 대입하니 매물이 일단 몇 개 없었다. 선택의 고민 없이 그중 하나를 골라 현지 부동산 증개인과 한국에서 페이스톡을 통해 집을 보고 계약했다. 주변에선 그렇게 대충 집을 구해도 되냐고 걱정했지만, 당시엔 마음이 조급했다. 집에 들어오고 나서, 하나 둘 아쉬운 점이 생겨났지만 강력한 정신 승리로 버텨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파리의 여러 집을 다녀보니, 몰려오는 아쉬움을 자기 정당화만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오늘 26번째로 본 집과 계약했다는 분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분은 2-3층만 높았다면 좋았을 거라며 아쉬워했지만, 테라스 정경을 보고 내가 느꼈던 후회의 크기에 비하자면, 그 아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조언하면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교훈 하나 건진 게 유일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