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은 모든 이슈에 대해 끊임 없이 시위를 한다. 시위 현장에 가보면 이슈도 제각각 중구난방이다. 표정도 결연함보단 즐거움이 지배적이라 난 시위를 프랑스식 스트레스 해소법이라 부른다. 반대로 일상의 불편부당함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버스나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 승객을 내리라고 하거나 마트 캐셔가 같은 물건 계산을 두 번 한다랄지 도로를 우회로 설명 없이 막아버리는 식인데 다들 느닷없는 상황에 대한 인내도가 높다.(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씨가 말했던 프랑스인의 똘레랑스와 가장 닮은 특성이다) 물론 이런 일이 워낙 잦아 체념한 것도 있겠지만, 오늘 같은 날씨를 경험해 보면 날씨 영향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파리 날씨는 맥락이 없고 정말 느닷없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날씨 전개에 초반엔 몹시도 당황했었다. 한국의 장마 날씨와 추석 가을 날씨의 스펙트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니, 파리 사람들은 느닷없음에 대한 예민도가 매우 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내리다가 나타난 느닷없는 저녁의 개운한 풍경을 보며 생각해 봤다. 마약 같은 파리의 전형적인 야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