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하게 서둘러 도착한 곳은 스위스. (유럽이 이렇게 좁다ㅎ) 프랑스 국경 근처라 휴대폰이 정신 못 차린다. 스위스 통신 잡았다가 프랑스 통신 잡았다가. 다른 요금제가 적용된다는 알림 문자가 쉴 새 없이 온다. (이게 월경의 유일한 시그널.) 목적지는 유럽 최대 연구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 엘리베이터를 타고 100미터 아래로 내려가니 초대형 실험장비, 거대강입자가속기 LHC가 나온다. 건물 5층 규모의 저 거대 기계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저기서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여 충돌시킨 뒤,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한다. 왜? 지구의 모든 물질은 139억 년 전 빅뱅에서 탄생한 건데, 우리가 아직 못 찾은 물질이 너무 많으니, 거대강입자가속기로 빅뱅 상황을 재현하여 암흑물질을 포함한 새로운 물질을 찾겠다는 것. 그러니 저 기계 안에선 매일 우주가 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장비도 신기하거나와 이 연구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겐 외계인 같다. 세상의 기원이 된 물질은 무엇인가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라니. 같은 지구에 살지만 관심과 생각, 그리고 고민이 너무나 다르다. 특히 실험실 세팅 일정표를 작성해 놓았는데, 어찌나 촘촘하고 정교하던지, 공대생들의 계획 짜기에 비하면 문과생들의 계획이란 즉흥상황에 겨우 대처하는 수준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