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엔 총 7개 기차역이 있는데 아무래도 뜨내기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잡상인도, 소매치기도, 무서워 보이는 형들도 많다. 한 번은 영국 출장 가기 위해 어두운 새벽, 북역에 가는데, 택시운전사가 몇 번이고 너 괜찮겠냐며 날 걱정한다. 그러더니 빨리 역사 안으로 뛰어들어 가라고, 마치 최근에 북역 근처에서 험한 일을 겪은 표정으로 날 걱정해 줘서 오히려 내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북역 근처 동역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생라자르역으로 내려오면 여전히 잡상인, 소매치기는 많지만 동네 분위기가 한층 로맨틱해지고, 강 아래 몽파르나스역까지 내려오면 노숙자는 있어도 안정된 느낌이 다. 파리 역 중 가장 안전하게 느껴지는 곳은 리옹역. 프랑스 중부 도시 리옹과 헷갈리면 안 되는데, 도착지가 아무래도 칸, 니스 등의 프랑스 남부 혹은 알프스 스키장이나 스위스 쪽이다 보니, 사람들도 옷차림이 멀끔한 게 부유해 보인다. 베흑시역은 리옹역 동생, 오스텔리츠역은 올림픽 준비로 늘 공사 중이다. 리옹역에 도착해 문득 생각하니 자랑은 아니지만 7개 역을 다 가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