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알제리 쪽으로 사하라 사막에 들어갔을 때 들은 말이었다. 투아레그 안내인은 사막 가운데 돌산이 있는데 그곳을 자신들은 그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부른다고 했나. 아세크렘산. 사막 한가운데 산을 어찌 세상의 끝이라 부를까 궁금했는데 가서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막 한가운데 생뚱맞게 위치한 돌무더기 풍경이 어찌나 황량하던지. 그때부터 세상의 끝은 나에겐 하나의 이미지가 됐고, 말 그대로 세상의 끝이나 다름없는 아이슬란드에서도 세상의 끝 이미지를 만났다. 디르홀레이. 막내의 성화에 이곳의 대표 새 피핀을 보러 왔다가 만난 풍경이었다.(망원경도 가져갔건만 피핀은 못 봤다) 때마침 바다를 배경으로 해가 지고 있었고 나는 이곳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 엔딩씬을 떠올렸다. 낭만적이지만 묘하게 염세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 특유의 이미지 때문일 텐데, 디르홀레이는 기암괴석 절벽마저 있으니 자연스레 생명이 살지 않는 화성도 떠올랐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세상의 끝 풍경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