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몽마르트르는 한산했다. 멀리 물랭드라갈레트의 풍차가 보였다. 이곳은 실제 밀가루를 만들던 방앗간, 제분소였고 사람들은 여기서 만든 밀가루로 갈레트라는 크레페 비스름한 빵을 만들어 먹었다. 도시회와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녔고, 파리가 확장되고 사람이 몰리면서 파리 외곽 땅값이 올라 방앗간의 수지타산이 턱없이 낮아졌다. 이때 방앗간 사장이 기가 막힌 혁신을 내놓는데, 아마도 자포자기 심정으로 낸 아이디어가 운 좋게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 바로 방앗간을 카바레 공연장으로 바꾼 것. 돈이 없으니 리노베이션은 못하고, 관객들을 지붕에 앉히고 댄서들을 정원에서 춤추게 한 게 전부였다. 장식도 볼품없었는데 이게 대박이 나서 이후에 비슷한 업종 전환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 유명한 물랭루주도 근처에 있다.) 르누아르의 유명하 인상주의 작품이 이곳에서 파티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물론 시간이 더 흘러 원조 방앗간 카바레도 문을 닫았고, 지금은 분위기 좋은 식당이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