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으로 아이슬란드를 보면 중앙에 에러가 난 것처럼 흰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거대한 바트나이외쿠틀 빙하지대다. 빙하지대 밑으로는 화산이 있다. 그야말로 불과 얼음의 만남인데 그 결과가 거대한 얼음 호수와 동굴이다. 빙하지대와 얼음동굴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겨울왕국 엘사의 매끈한 얼음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정작 가보니 흙과 얼음이 지저분하게 뒤섞여 있다. 때문에 바트나이외쿠틀 빙하는 위에서 보면 지구 위의 어딘가가 아닌, 인터스텔라 속 쿠퍼와 만 박사의 결투가 벌어지던 외계 행성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불과 얼음 사이의 특이한 환경은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의 대기와 비슷해, 많은 우주 생명체 연구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빛과 신소가 없는 초저온에서 생명체가 산다면, 유로파에도 생명이 없을 이유가 없는 것. 당연히 이곳에서도 특이한 박테리아 몇 종류가 발견됐고, 연구소에서 그 생명체를 배양하여 연구하는 중이다. 물론 내가 간 곳은 관광객도 접근 가능한 빙하지대기 때문에, 지구와 가까운 장소이고, 대신 연구자들은 300미터 지하까지 드릴로 빙하를 뚫어 박테리아 샘플을 채취한다.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박사에게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믿는지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어떤 형태인지는 모른다는 단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