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겨울 출장은 꽤 가혹하다. 유럽 겨울의 짧은 낮을 꽤 경험했다고 생각했지만 북유럽은 차원이 달랐다. 9시쯤 밝아지더니 오후 2시쯤 상당히 어두워지고 3시엔 깜깜한 밤이 된다. 초등학교 잎 저학년 꼬마 아이들이 자기 덩치 만한 가방을 들고 하교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80년대 한국 수험생들 같이 보인다. 스웨덴의 민속촌 스칸센에선 매년 이 즈음, 루시아 공연을 한다. 12월 13일 성녀 루시아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성 루시아는 이탈리아 성녀라는데, 스웨덴에서 외국 성인을 기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그 설명은 전부 제각각인데, 핵심은 이 성인이 빛의 수호자라는 것. 그래서 어린 소녀들이 촛불을 들고 어둠을 빛으로 밝히며 노래를 부르는 전통 의식을 한다. 성녀 루시아의 도움으로 어둠을 몰아내겠다는 건데, 루시아 성녀 축일은 크리스마스 전 스웨덴의 가장 큰 겨울 전통 행사로 자리 잡았다. 행사 시작 시간이 2시라 당황했는데 조명까지 꺼버리니 어둠을 밝히는 행사를 하기엔 역시나 충분히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 마차를 타고 들어온 합창단의 노래를 듣는 건 꽤나 성스러웠다. 어두워서 분위기가 더 좋았다. 생각해 보면 2시만 되면 깜깜해지는 게 스웨덴의 조상들도 이 어둠이 얼마나 지긋지긋했을까. 조명도 없었을 터. 그들에겐 성녀 루시아보다도 이 어둠을 몰아내는 의식이 중요했을지 모른다.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며 간절히 봄을 기다렸겠지.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가는데 힘든 야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