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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19. 2023

1218@Musée d'Orsay


오르세 미술관에서 새롭게 시작한 특별전, 고흐의 오베르쉬아즈 전. 고흐가 생의 마지막에 거주했던, 오베르쉬아즈에서 그린 작품만을 모아놓은 전시인데, 이 마을에서 3개월 정도만 살았다는 걸 고려한다면, 고흐는 죽기 직전, 엄청난 창작열을 쏟아낸 셈이다. 고흐는 오베르쉬아즈에 오기 전,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이곳에서도 정신과, 특히 우울증을 전문으로 연구하던 가셰 박사의 치료를 받았던 걸 보면, 고흐의 뇌에 이상이 생겼던 건 분명해 보인다. 조울증을 연구한 전문가들의 얘길 들어보면 '울' 상태에서 '조' 상태로 전환되는 순간, 엄청난 창의적 에너지가 솟구친다고 하는데, 고흐도 비슷한 처지가 아녔을까 싶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아래 그림)을 고흐가 죽기 전 그린 마지막 그림으로 생각해 왔다. 왜냐면 그림 자체가 상당히 음산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의 오베르쉬아즈 밑 밭을 가보면, 고흐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가라앉았던 건지 짐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연구자들은 고흐가 총을 쏘기 직전 아침에 그린 그림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위의 <나무뿌리>다. 굳이 강렬한 붓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무뿌리>는 삶에 대한 생명력이 넘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고흐의 조울 상태는 아주 짧은 순간 엄청난 감정의 폭을 넘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오전엔 저런 생명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오후에 자기 자신에게 총을 쏘았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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