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V 1079, 음악의 헌정

by Life with Fugue


위 사진은 죠르디 사발이 연주한 BWV 1079, '음악의 헌정' 중 3성 소나타 2. 알레그로 부분의 유튜브 영상 캡쳐이다.


여러 선율이 푸가 형식으로 뒤섞이다 저음성부에서 왕의 주제가 슬쩍 기어나올 때 전신에 소름이 쫙 돋는다. 그러나 이 버전은 순서가 약간 이상하니 레코딩으로는 레온하르트/카위켄/쾨넨의 원전연주나, 뮌힝거의 현대적인 해석을 추천한다.


프리드리히 2세에 (표면적으로)헌정된 이 대곡은 시대의 흐름, 일시적 유행에 아첨하지 않고 생의 마지막까지 음악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한 바흐의 심오하고 숭고한 고집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BWV 1080, 푸가의 기법이 그가 평생을 바쳐 추구하고 탐구해 온 대위법 실험의 집대성, 요컨대 내면적 음악세계의 정수라고 한다면, 음악의 헌정은 제목부터 그러하듯 좀 더 정치적이고 선언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교수님이 꼬꼬마들에게 "이게 바로 음악이다"라고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젊은 왕이 즉흥적으로 연주한 쥐뿔도 없는 짧은 선율 몇 가락을 재료삼아 10개의 카논, 3성/6성 리체르카르, 트리오 소나타 4곡으로 이루어진 대곡을 주조해낸 바흐의 능력이 놀랍지만, 생전에는 좀 꼰대같은 이미지라, 화려하고 낭만적인 갈랑트 음악을 했던 아들 C.P.E. 바흐보다 인기가 덜했다고 한다. 사실상 멘델스존이 없었다면 수많은 곡들이 영영 묻혀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이다.


요즘은 굴드나 투렉 등 이전 세대 바흐 명장들의 뒤를 이어, 비킹구르 올라프손이라는 실험적인 연주자가 등장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고전적인 방식으로 바흐를 훌륭하게 재해석하는 라파우 블레하츠의 탁월한 피아니즘도 돋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바흐는 2020년에도 아직 극복되지 못했다. 바흐는 영영 무한한 영감의 원천일 것이며, 그의 음악은 왕이나 신보다는 차라리 미래 인류에 헌정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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