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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with Fugue Nov 24. 2020

MBTI 유행에 관하여


MBTI는 심각하게 오용되고 있고 맹신되고 있으며, 임상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오해와 ᆫ상을 증식시키고, 유형별 스테레오타입과 통념, 편견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 해롭다. 일견 꽤 정교해 보이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체계의 내적 완결성이 현실에 대한 설명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설명력이 있다 치더라도 그것이 과학적이냐를 판단할만한 척도가 되지도 못한다. 백번 양보해 설사 충분히 과학적이라고 한들 지금 MBTI가 소비되고 있는 양상을 윤리적, 정치적으로 정당화해주지 모ᅡᆫ다. 그렇다고 정신분석학과 같은 임상에서의 기능적 쓸모가 입증된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그냥 흥미본위의 유사과학이다. 통계적 유의미성? 인위적으로 설정된 보더라인 안에서 자기서술에 의존해 제 자리 찾기를 거듭하는 것에 불과하다. 애초에 전공자가 만들지도 않았고, 비과학에 토대를 두고 있고, 인식론적 제약이며, 맹신하면 분열이다. 분열은 정신병이다. SNS에서 유행하는 야매 테스트 말고 제대로 된 MBTI 검사의 결과값은 일종의 복합적인 경향성으로 표시되며 그 해석과 활용은 어디까지나 비학문적인 영역에 국한된다. 사람을  자르듯  선험적 성격유형에 끼워맞추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야매 MBTI 열광하는 이유는 사람의 인격과 성향을 분석하고 설명하고 유형화하는 다른 모든 학적 체계들의 높은 진입장벽과 이해의 난이도 때문이며, 달리 말하면 야매 MBTI 낮은 진입장벽과 오락성 때문이다. 맹신하는 이유는 평형화 확증편향적 경향성 때문인데, 차라리 이것이야말로 MBTI 통해 드러나는 해당 개인의 진짜 성격이라 할만하다. 얼간이라는 뜻이다.


ISTJ, ENFP같은 성격유형들이 나름 충분한 수의 표본 확보와 통계적 검증을 거친 유형화 도구이자 제법 객관적인 척도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수검자가 실제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선험적 척도다. 그게 가능하려면 모든 사람의 자기객관화 능력과 현실검증력이 전지적 관찰자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MBTI의 성격유형이 말해주는 것은 단지 수검자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타이ᅦ게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지, 요컨대 사회적 인정 욕구와 관계된 추상적인 무엇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실제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의 간극의 크기에 따라 유효성이 크게 차이가 나며, 이는 검사의 결과가 결국 수검자의 자기객관화 능력이나 지적 능력에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아무리 방대한 수의 표본을 보유하고 있다한들 쓸모있는 체계라고 하기는 어렵다. 메타인지란 애초에 보편적 소양도 아니다. MBTI는 딱 흥미 본위로, 재미로 한번 해 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맞는 것이다. 흥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지표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려 하는 건 멍청한 거고, 실제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간극을 응시하지 못한 채 지표에 의존한 자기평가를 계속하는 것은 분열이다. 어느 쪽이든 건강한 경향성은 아닌 것이다. 유형과 실제를 형상-질료의 도식처럼 받아들여선 안된다. 심지어 지금은 유형이 실제를 속박, 구성하고 있다. 이미 이데올로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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