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ghetti Aglio e Olio(Aio e Oio, in Roman dialect)
정통 알리오 에 올리오. 로마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전통 파스타로, 아이오 에 오이오라고도 한다. 이름 그대로 마늘과 오일만으로 만들어지며, 페페론치노와 이탤리언 파슬리 외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다.
들어가는 재료가 적을수록 맛을 내기 어렵고, 그래서 전적으로 실력과 센스에 의존하게 된다. 카치오 에 페페와 더불어 난이도 최상.
<조리>
- 약불에 팬을 살짝 달구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넉넉하게 두른다. 오일이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편썰기한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고 중불에 익힌다. 이렇게 잘게 손질한 재료를 볶아 향을 녹여낸 것을 소프리또(Soffrito)라고 하는데, 파스타를 비롯한 많은 이탤리언 요리의 핵심이다. 이 때 마늘이 갈색으로 바삭하게 구워지면 절대 안 되며, 완성 후에도 엷은 황금빛이 돌도록 적당한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
- 넓고 깊은 냄비에 충분한 양의 물을 넣고, 끓어오르면 소금을 넣고 면을 삶는다. 오로지 면수로만 간을 하므로 소금물의 농도를 좀 짜게 잡아도 되는데, 면이 다 삶아지기 전에 소스가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 팬에 면수를 한두국자 넣고, 알 덴테로 삶아진 면을 즉시 넣어 소스가 면에 골고루 잘 흡수되고 묻도록 약불에서 빠르게 치대며 섞어 준다. 농도는 면수를 조금씩 첨가하며 잡는다. 높은 온도의 기름에 면을 튀기듯이 볶지 말 것.
- 소스의 농도가 잡히고 면과 일체감이 생겨나면 이탤리언 파슬리를 올리고 완성. 기름이 흥건하거나 물이 자작하면 실패이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잘 됐으면 맛있게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 뭣때문인지 알리오 에 올리오를 '오일파스타'라는 괴이한 카테고리에 넣어 토마토/크림과 구분하곤 하는데 현지엔 그딴 거 없고 파스타는 그냥 각각이 서로 독립적인 다른 요리이다. 떡 넣었다고 떡국이랑 떡볶이가 같은 분류가 아니듯이.
사실 기름에 마늘이랑 이것저것 넣고 면 볶아 먹으면 초딩이 만들어도 맛없기는 힘들다. 그러나 맛있다고 장땡이 아니다. 집밥일지라도 정확한 지식과 준거를 갖고 제대로 만드는 것이 나에겐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읽고 쓰기나 예술 감상 같은 일련의 정신적 활동과 동일한 층위의, 말하자면 하나의 '자기 배려(epimeleia heautou)'행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