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e alla Vodka
펜네 알라 보드카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비슷하게 토마토 소스와 펜네를 사용하는 아라비아따에서 유래하였다는 기록도 있고, 80년대 유행하던 구운 연어를 곁들인 가정식 파스타가 원형이라고도 하며, 볼로냐 지방에서 영업하던 '덴테Dente'라는 식당에서 처음 시작하였다고도 한다. 공통적인 부분은 모두 80년대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태리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잠시 유행했다가 빠르게 쇠퇴했지만 미국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어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미국식 이탤리언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화이트와인이나 브랜디, 럼 등의 알코올을 사용해 소스를 만드는 파스타는 많다. 이 파스타가 이태리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한 이유는 보드카보다는 토마토와 생크림의 결합이 이태리 사람들에게 부자연스러운 것, 말하자면 '끔찍한 혼종'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본토 사람들의 고집 때문이지 맛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고, 실제로 이것으로부터 '로제 소스'라는 것이 파생되어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다. 토마토의 감칠맛과 산미가 생크림의 부드러운 고소함과 잘 어울린다는 방증이다.
만들기 쉬운 파스타지만 과학적 지혜가 숨어있다. 홀 토마토를 아무리 곱게 으깨도 생크림과 물성이 너무 달라 잘 섞이지 않고 층이 지게 마련이다. 여기서 보드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알코올이 토마토와 크림의 유화를 도우며, 무미무취한 특성으로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말하자면 촉매제 같은 역할이다. 나는 심플하게 샬롯과 다진 마늘, 페페론치노만 사용해 만들었다. 오일에 재료를 은근히 볶다가 토마토 소스를 붓고 소금 한 꼬집을 넣은 뒤 뚜껑을 덮어 잠시 끓인다. 고소한 냄새가 날 정도로 소스가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생크림과 보드카를 넣어 잘 섞어 준다. 알덴테하게 삶아진 면과 약간의 면수를 넣고 중불에 마저 익히며 면에 소스가 잘 배어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블랙 페퍼, 오레가노를 곁들여 마무리하였다.
만들기 쉽고 맛있는 요리는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펜네 알라 보드카. 로제 소스에 친숙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보편적으로 잘 맞으며, 재료도 간단하니 다들 한번 나름의 취향대로 만들어보자. 판체타나 베이컨을 곁들여도 좋고, 이탤리언 파슬리도 잘 어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