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집가’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2025년 11월 10일

by 고하진


한 해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가 오면 그렇게 책을 읽고 싶어요. 근데 평일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엉덩이만 진득하게 붙이고 책 읽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핸드폰으로 이북을 읽고 있어요. 저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서울에 갈 일이 생겨서 왕복 4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책을 읽었어요. 사실 읽고 싶은 특정 도서는 없고, 그냥 아무 책이나 하나씩 다 읽어 나가고 싶었기에 인기 도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골랐어요. 요즘 들어 삶에 대한 물음표가 자꾸 머리 위에서 깜빡거리기에 딱이다 싶었지요. 그리고 제 선택은 완벽했어요. 저의 물음표를 없앨 순 없었지만 그 크기는 조금 줄일 수 있었거든요.




점심시간에 같이 일하는 동기 선생님과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어요. 나름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고 자부했었는데, 전 그저 입으로만 책을 읽는 사람이었더라고요. 동기 선생님이 재밌게 읽었던 책들과 요즘 관심 있는 분야의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데 저는 할 말이 없어서 부끄러웠답니다. 그렇다고 읽은 척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솔직하게 ‘저는 책 수집가예요‘라며 웃어넘겼어요. 분명 제 얼굴은 홍당무마냥 빨갰을 거예요. 그런데 집에 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하니, 동기 선생님과 나눈 대화가 너무 소중하고 재밌었다는 걸 알았어요. 누군가와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었던 거죠. 늘 타인의 얘기만 (흥미 있는 척)들어주었고, 제가 좋아하는 주제는 차마 뱉지 못하고 입 안 구석에 욱여넣었거든요. 앞으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런 소중한 대화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제 ‘책 수집가’란 타이틀은 내려놓아야겠어요.




오늘 아침에는 또 새로운 책으로 한 주를 시작했답니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기 때문에 언제 완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멍 때리며 숏츠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는 시간을 더 늘려볼까 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재밌는 책들을 더 많이 읽으려면 좀 부지런해져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