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1일
‘이해가 빨라서 빨리 배울 것 같아요.’
‘역시 눈치가 빠르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네요.‘
‘나중엔 전부 선생님이 하실 줄 알아야 해요.’
최근 일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기대 가득한 말들입니다. 일을 처음 배울 땐 아는 것 하나 없어 눈알만 굴리느라 정신없었어요.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게 눈칫밥이라고, 큰 도움은 되지 못할지언정 누가 되지 않으려 눈치껏 행동한 게 오히려 상사의 기대심만 높였나 봐요. 한 번 듣고 뒤돌아서면 헷갈리는 용어들, 어깨너머 보는 게 전부였던 일들을 하나씩 귀에 담고 손에 익히려니 참 쉽지 않았어요. 상사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는 것 같은데 제 실력은 하늘은커녕 건물 천장도 뚫지 못하더라고요.
처음엔 기대하는 만큼 잘 해내야겠다는 열정이 생겼어요. 칭찬은 제 사기를 북돋아주는 엄청난 엔진이었거든요. 하지만 실수가 하나, 둘 늘어갈수록 제 자신감도 저기 구석탱이 어딘가에 숨게 되었고, 자신 없는 행동은 또 다른 실수를 불러왔어요. 잘못을 계속 곱씹고 자책하는 시간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기대를 꼭 당장 충족시켜 줄 필요가 없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고,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생각을 조금 바꾸고 나니 실수는 그냥 하나의 과정이 되었어요. 반복되는 업무는 자연스럽게 몸부터 움직이게 되었고 실수 없이 일처리를 하게 되었죠.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은 산더미이지만, 이제 더 이상 실수하는 게 두렵지 않아요. 사실 어렸을 땐 하나하나 다 마음속에 두고 스스로를 옭아매곤 했는데,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불필요한 건 마음에 쌓아두지 않게 되더라고요. 저도 성장이라는 걸 하나 봐요.
기대도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기에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스럽게도 지금 하는 일이 제법 재미있어요. 저는 제 일을 즐기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보려 합니다.
모든 상사가 친절하게 일을 하나하나 가르쳐주 건 아니기에, 오히려 귀인을 만난 게 아닌가 하며 늘 감사해하고 있어요. 저 역시 절 믿어주는 만큼 결과물을 보여드리려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노력과 최선이 조금씩 모이다 보면 그 기대를 충족시켜 드릴 때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