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끔 달리는 사람, 바로 나

2025년 11월 14일

by 고하진

오늘은 일터에서 동기 선생님과 (없는)근육 자랑을 하다가 생각난 달리기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끊임없는 친구의 유혹으로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올해 3월부터였어요. 러닝이 달리기고 달리기가 러닝인 건데, 괜히 러닝이라고 하면 잘 뛰는 사람처럼 보여서 전 항상 달리기를 한다고 얘기해요. 초보자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저만의 표현이랄까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빠르게 뛰지도, 편안한 호흡을 하지도 못해요. 친구는 늘 말합니다. 존2를 유지시키며 달려야 한다고. 근데 그거 아세요? 저는 늘 존5에 머물며 뛰고 있다는 것을.


마라톤 대회를 참가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저의 대회 경험은 딱 두 번이에요. 처음은 가볍게 도전해보자 싶어 신청한 5키로였고,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뛴 3키로였어요. 첫 도전인 5키로를 달리기 위해서 한 달간 부지런히 연습했고, 대회날에도 죽을힘을 다해 뛰었던 기억이 나요. 저에게 한 달은 달리기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페이스를 올리기에는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도 30분가량을 뛰면서 제 머릿속에는 ‘포기하지 말자, 절대로 멈추지 말자’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요. 연습할 때도 나오지 않았던 기록을 보고 또 보며, 첫 완주라는 희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느꼈던 이 감정을 아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신청한 3키로. 제 손을 잡고 끌려오듯 완주했지만 여기저기 메달을 자랑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하지만 다시는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거라는 아들 녀석..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아직 10키로는 저에게 멀고도 먼 여정 같아요. 30분을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도 힘든데, 그 2배라니요!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워요. 백 번 양보해서 ‘깔끔하게 1시간 뛰어볼까?’싶으면 10키로는 6분대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고요. 사실 1시간을 내리 달려본 적이 딱 한 번 있어요. 절 유혹했던 친구와 함께 달렸던 날인데요. 그날은 비가 참 많이 내렸어요. 그렇게까지 비가 내릴 줄 몰랐는데, 오히려 많은 비가 저를 뛰게 해 준 것 같아요. 숨 쉬는 것도 너무 편하고,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게 불편하기는커녕 너무 자유롭고 행복한 거 있죠. 그렇게 저는 1시간 동안 8.5키로의 거리를 뛰었답니다. 이렇게 뛰고 보니 ‘10키로, 별 거 아닐 것 같다’는 겁도 없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더우면 더워서 뛰기 힘들고, 추우면 추워서 뛰기 힘든 저는 그냥 가끔 뛰는 걸 즐기는 사람이에요. 처음엔 혼자 뛰는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내가 너무 못 뛰니까 날 한심하게 보면 어쩌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많이 했는데요. 요즘엔 그냥 누가 보든 말든 혼자 열심히 뛰고 기록을 확인하고 뿌듯해해요. 그냥 뭐든 제가 좋으면 그만이더라고요. 이제 점점 날이 쌀쌀해지면서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밖에 나가는 일이 없어지고 있어요. 곰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저도 조금 쉬다가 또다시 달려봐야겠어요.


아, 뛰기 싫은데 뛰고 싶고, 뛰고 싶은데 뛰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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