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2>를 보면 추민하의 에프소드로, 1년 차 후배의 언어 습관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적응을 아주 잘하는 똘똘한 후배지만 자기가 너무 편해서 그런 건지 자꾸 말이 짧아진다며 추민하가 고민을 하죠. 후배의 대답이 늘 ‘응‘으로 끝났거든요. 처음에 저 장면을 보았을 땐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며 가볍게 넘겼어요.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그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고야 말았어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의 이야기예요. 그 선생님과 함께 일하게 된 건 오늘 날짜로 8일째입니다. 앞으로 3개월을 더 함께 일해야 하는데 새로운 선생님의 언어 습관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저는 추민하처럼 마음이 태평양 같지 않아서 더 고민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대답이 ‘응‘이에요.
선생님 이거 하셨어요? / 응
선생님 이거 이렇게 하시면 돼요 / 응
처음엔 들었을 땐 제 귀를 의심했어요. ‘내가 잘못 들었나? 아, 선생님이 말실수를 하신 거구나!’ 했죠. 근데 실수가 아니었어요. 그게 그 선생님의 대답이었던 거예요. 제가 그 대답에 의식해서 그런 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빈도수가 더 높아졌어요. 너무 자연스러운 ‘응’이라는 대답에 할 말을 잃고 헛웃음을 친 적도 있고요.
짧은 시간만에 제가 정말 편해진 건지 응이라는 말뿐만 아니라 다른 대답들도 반말로 돌아오더라고요. 저는 그 선생님에게 한 번도 말을 놓은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고작 하루에 여러 번의 반말을 들으니 목 끝까지 ‘선생님 그건 반말이에요’라는 말이 올라오는데, 괜히 서로 얼굴 붉히기 싫어 꾸역꾸역 말을 삼켰어요.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말을 섞게 되는 상황을 제가 피하게 됐고요.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말을 쉽게 건넬 수 없다 보니, 제 행동도 돌아보게 됐어요. 혹시 나도 그런 행동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한테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사실 저도 대화의 안 좋은 습관을 하나 알고 있거든요. 대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예의를 지키며 할 수 있도록 계속 생각해야 해요. 습관이라는 게 너무 지독해서 의식하는 걸 까먹으면 또다시 모습을 보이거든요.
결국에 전 타인의 모습을 통해 제 자신을 반성하고 고쳐가려고 노력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네요. 3개월 동안 선생님의 반말에 익숙해지는 거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서로 기분 좋게 언어 습관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