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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흔들리는 주장들

LeadXer, 리덱서 ; 대전환을 이끄는 자들

by 전하진

카페 한켠, 작고 낡은 창틀에 오후 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서준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기후행동이랍시고 우리가 그동안 안 해본 게 있었냐.”


지윤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그는 어제 강연 이후 밤새 자료를 정리하며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아직도 헷갈려.
LeadXnow는 지금까지 다른 기후 캠페인이랑 뭐가 다른데?
어차피 ‘각자 실천하자’는 거 아냐?”


지윤은 고개를 들었다.


“다르다고 생각해.
지금까지는 실천이 '보이지 않았어'.
기록되지도 않았고, 연결되지도 않았고.
근데 이번엔 그게 ‘구조’가 된다는 거야.”


서준은 콧소리를 냈다.
“기록? 연결? 그거 다 전에 듣던 말이야.
소셜 미션, ESG 챌린지… 다 어디 갔는지 기억 나냐?”


지윤은 가만히 손을 모았다.


“나는 우리가 그동안 실패한 이유가
제도를 갖추지 못해서라고 생각해.
결국 사회는 구조대로 움직이잖아.”


나영이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보상’이라는 말이 좀 그래.
탄소 줄인다고 보상을 받아야 돼?
그건 너무 도구적인 거 아닌가?”


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그 지점은 고민돼.

근데 그 보상이라는 게 ‘돈’만은 아닐 수도 있잖아.
VDC가 인정받는 구조,
그걸 기반으로 진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거.”


서준은 지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이건 시스템 게임이라는 거야?
게임처럼 기록하고 랭킹 매기고,
그걸 기반으로 보상 주고 인정받고…
기후위기를 그렇게 풀 수 있을까?”


지윤은 조용히 답했다.


“그렇지 않아.
이건 게임이 아니라 사회적 리듬을 만드는 거야.
일상이 바뀌면, 인식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면 그게 정치도 바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래.
결국 그동안은 우리가 ‘의식’은 있었지만,
연결된 ‘집단의 흐름’을 만들지 못한 거야.”


“근데 만약 이게
기록되고, 쌓이고, 측정되고,
사회가 그걸 기반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면…”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진짜 전환일 수 있겠네.”


서준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말은 없었다.
대신 노트북을 꺼내 SDX재단 홈페이지를 켜 보였다.


“그럼… 우리도 뭐 하나 해볼까?”


지윤은 조용히 웃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첫 자발적감축목표(VDC)를 함께 정리했다.


기존의 기후행동과 다른 점은


기후행동을 촉진시켜 주고 정확히 측정해서

조각탄소크레딧(MCC)까지 발행해서 제공하는

조각탄소기술(MCT)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각자가 원하는 대로

이들 조각탄소기술(MCT)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기후행동에 참여만 하면 된다.

그 나머지는 LeadXnow 캠페인의 시스템에서 알아서 측정되고

크레딧까지 발급 해서 준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전 세계로 통용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지윤은

나무플래닛의 Z-car 서비스를 이용하여 친환경 운전으로

1년에 1톤 줄이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또한 더리얼의 전자영수증을 활용하여 종이줄이기와

친환경 소비를 더 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더리얼이 자신이

얼마만큼 친환경 소비를 했는지를 검증하여 크레딧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나영은

자신의 학교 카페테리아에 설치된 더제로의 잔반 줄이는 솔루션을

활용하여 음식물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기로 했다.


서준은 다양한 조각탄소기술(MCT)을 보더니

자신도 이런 기술을 만들 수 있다며

MCT에 도전하기로 하고 팀을 꾸렸다.


이제 보니 리덱서(LeadXer)는

본인들이 기후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기후행동을 하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 무엇을 배우고 느끼게 할 것인지를

도와주는 대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언가 아직 낯설었고,
익숙한 패배감이 중간중간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서로의 눈빛에 조금 다른 확신이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와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미하지만 묵직한 예감이었다.


제6화 ; 조그만 시도 이어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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