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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전환의 물결, 전국을 덮다

LeadXer, 리덱서 ; 대전환을 이끄는 자들

by 전하진

제주의 용기 있는 선언과 성공적인 실행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도, 경북도, 충남도는 발 빠르게 VDC 체계를 검토하고,
시민 참여형 기후행동 모델을 자신들의 지역에 적용하기 위한 실무팀을 꾸렸다.
성남시, 고양시, 포항시 등 주요 도시들도 리드X나우 캠페인을 벤치마킹하며
VDC 도입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국가 NDC 달성을 위해 수천억을 쓰는 것보다,
시민들과 함께 움직이면 더 빠르고, 더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


한 도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3,500억 원을 들여 탄소포집장비(CCUS)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연간 8,000톤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뉴스를 보던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3,500억이면 1인당 50만 원씩 지원해도 70만 명이 1톤씩 줄일 수 있어.
그럼 70만 톤이야. 무려 87배나 많은 감축량인데…."


그의 계산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복잡하고 고비용의 중앙집중형 정책보다,
개개인의 실천이 모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
이제 그것은 수치로 입증되기 시작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간 기술기업들에게도 신호가 되었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해도,
단순 제품 판매 외에는 수익모델이 빈약했다.
하지만 조각탄소이니셔티브(MCI) 제도는 상황을 바꾸었다.


이제 MCT(조각탄소기술)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감축한 고객들이 받은 MCC(조각탄소크레딧)의 일부를
정당한 몫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영업이익과 별개로 MCC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 흐름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 고객이 많아질수록, MCC 수익도 함께 증가합니다.”
“이건 기술이 ‘탄소 감축의 인프라’가 되는 시장이에요.”


MCC 수요가 늘어나며 시장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탄소 감축 기술 기업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술 하나가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후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더 많은 기업들이 MCT 승인을 받기 위해 뛰어들었다.
성능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은 치열해졌고,
기존 기술보다 두 배, 세 배 높은 감축효율을 지닌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경쟁은 곧 혁신을 낳았다.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MCT 인증 1호 기업 대표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의 지방정부들조차
K-MCT를 구매하고 싶다며 제안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폐플라스틱을 태우지 않고 플라스틱 옹벽으로 재탄생시킨

웨스텍글로벌은 미국의 에디슨어워즈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이후 아프리카 등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페플라스틱을

새로운 토목자재로 전환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졌고,

웨스텍글로벌은 SDX재단으로부터 1톤의 폐플라스틱 당 2.93톤의 MCC를 인증받아

이 중에 절반을 현지 기업에게 나눠주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기술 수출국이 아닌,
‘기후행동 시스템’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려 하고 있었다.


서준은 조용히 웃었다.
불과 1년 전, 이 모든 게 시작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거대한 전환의 물결은
이미 전국을 넘어 지구로 확산되고 있었다.


제9화 ; 깨어나는 지구 이어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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