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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바람이 먼저 움직인 곳

LeadXer 리덱서 ; 대전환을 이끄는 자들

by 전하진


제주.
바람이 세고, 태양이 뜨거우며, 물은 귀한 섬.
하지만 이 작은 섬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기후위기를 체감한 곳이었다.


관광객은 줄고, 해수면은 오르고, 바닷가 쓰레기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쌓였다.
“이건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는 싸움이야.”

제주의 한 작은 마을 주민이 회의에서 던진 한마디가, 전환의 시작이었다.


제주도는 이미 ‘2035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상태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파격적인 선언은, 도지사의 결단에서 나왔다.
국가의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진만으로는 부족함을 인식한,
제주는 자체적으로 자발적감축목표(VDC)를 설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것도 도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포함하는,


전국 최초의 전사회적 감축 선언이었다.


"기후위기 앞에서 정치는 머뭇거릴 수 없습니다.
제주는 오늘, 국민과 함께 하는 실천의 섬이 되겠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도지사의 이 한마디는 전국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자발적감축목표(VDC)는 단지 하나의 캠페인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이 되었다.


제주는 곧 다양한 조각탄소기술(MCT)을 실생활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관광객과 도민이 배출하는 폐플라스틱은 태우는 대신 고온에서 녹여
옹벽, 바닥블럭과 같은 친환경 토목자재로 재생산되었고,
가축 분뇨는 바이오가스로 전환되거나 퇴비로 재활용되었다.
모든 조각탄소기술(MCT)은 디지털 시스템으로 기록되었고,
탄소감축량이 정량화되어 조각탄소크레딧(MCC)로 발행되었다.


이러한 실천은 조각탄소이니셔티브(MCI) 기반의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SDX재단이 운영하는 MCI 플랫폼은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굴된 조각탄소기술(MCT)들을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감축량을 검증하며 조각탄소크레딧(MCC)으로 연결하는 절차를 체계화했다.
즉, 누구든 작게라도 감축기술을 실천하면 그것이 경제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후경제 인프라가 제주에 구축된 것이다.


관광객들도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제주Greeners’ 앱을 다운로드하라는 안내가 떴고,
이 앱은 사용자가 머무는 동안 실천한 작은 기후행동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해당 행동이 어떤 조각탄소기술(MCT)에 해당하며, 얼마나 많은 탄소를 줄였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기념품 대신, 기후행동가 인증서를 받아가는 외국인 관광객도 생겼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기후행동의 흐름 — ‘Eco Flow’ —
그것이 가능했던 건, 조각탄소인증 시스템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상적인 방식으로 소개되었다.


“탄소감축은 어렵지 않다.
이곳 제주에선, 기후행동이 일상이 된다.”


이 메시지는 각국의 관광포럼과 국제회의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제주의 조각탄소 감축모델은 곧 동남아와 유럽의 섬 지역들에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되었다.


한편, 나영은 제주 조각탄소 감축 모델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Jeju Greeners’ 캠페인을 론칭했다.
“당신도 제주처럼 할 수 있어요.”
이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SNS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MCC 구매를 통해 마을에 기여했고,
제주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기후의 실험장’으로 거듭났다.


부모세대 역시 움직였다.
제주의 조각탄소 감축모델을 아시아 태평양 섬 국가들과 공유하는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기후위기는 국경이 없지만, 해답도 국경이 없어야 합니다.”


그날, 말레이시아에서 온 청년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도 마을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제주에서 시작된 바람은, 육지로, 그리고 세계로 불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작지만 강한 바람이 먼저 움직인 곳, 제주.


그 섬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첫 페이지가 되었다.


제8화 ; 전환의 물결, 전국을 덮다 이어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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