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남부지방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는 더 이상 이례적인 재난이 아니다. 광주와 경남 지역에 쏟아진 400mm 이상의 폭우는 우리가 이미 '기후위기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후다.”매년 반복되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강도와 빈도, 그리고 파급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의 ‘뉴노멀’이 되었다.
기상청과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데이터는 분명하다.
짧은 시간 내에 집중되는 극한 강수(heavy precipitation)의 빈도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대기 온도가 1도 오르면 수증기 보유량은 7% 증가한다. 이는 단순히 더 더운 여름이나 강한 장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도시, 농촌, 공동체 전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는 감축은 물론이고, 완화(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이라는 두 날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의 논의는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 등 감축 전략에 쏠려 있었다. 물론 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바뀌었다. 설령 오늘 전 세계가 모든 탄소배출을 멈춘다 해도, 대기 중의 탄소 농도는 앞으로 수십 년 간 지구를 달구고 이상기후를 지속시킬 것이다. ‘이미 발생하고 있는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 전략’은 감축만큼 시급한 생존 전략이다.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정책을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국가계획(NAP)으로 수립하고 있다. 기후재난 모니터링 체계, 댐·제방 리모델링, 홍수 위험 지도 구축 등 다방면에서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부 차원의 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광역행정단위의 느린 의사결정, 단기적 예산 집행의 한계, 도시 중심 대응에서 오는 지역 격차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제는 ‘에코로직(Eco Logic)’ 기반의 지역 단위 자족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적응 체계가 필요하다.
에코로직이란 지금까지 우리의 상식이던 휴먼로직(Human Logic)을 넘어 자연의 원리와 순환의 논리를 따르는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생태적 관점을 기반으로 자족공동체를 설계하여, 에너지·식량·물·주거 등 생존 인프라를 지역 안에서 최소한으로라도 자족할 수 있게 한다면, 외부의 충격에 대한 회복력은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경제 모델이나 환경운동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며, 동시에 공존과 회복을 위한 미래 사회 모델이다. 기후적응과 생태전환이 결합된 이 모델은, 사회적 가치를 경제메커니즘 안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저탄소경제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조각탄소크레딧(MCC)도 그러한 수단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자연은 경고를 주고 있고, 피해는 갈수록 예측 불가능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의 제도와 행정체계는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기후 적응 전략이 없다면, 감축도, 회복도, 정의로운 전환도 모두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시행착오를 감수하고서라도 즉각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정책보다,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지자체와 주민이 주도하는 자족공동체 설계와 실행이 더 절실하다.
지역의 문제를 제일 잘 아는 자들은 바로 그 지역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국가가 나서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