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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Mar 19. 2020

After Crisis #2  텅~~빈~~세상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로 지성사회를 만들어야 

  인류 문명은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이른바 지성 사회로의 빠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저 연명하는 수준으로 버텨온 것이 사실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각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돈을 풀어 버텨보겠다는 정도의 상투적인 대안밖에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만약 천문학적인 돈을 지속가능한 인프라 건설에 투자한다면 보다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러한 통찰력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모든 것이 무너지고 깨지고 고통을 받은 다음에야 그 길을 찾게 될 것으로 봤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시기를 단축한 것은 정말이지 신의 계시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엄청난 충격이 우리를 힘들게 하겠지만 서서히 종말로 향해가던 인류의 시간을 새로운 미래로 방향을 틀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생전에 이렇게 텅 빈 세상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월별 캘린더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던 스케줄들이 하나 둘 사라져 버렸다. 오래 전 잡혀있던 강연 스케줄도 각종 모임도 모두 취소되었다. 서서히 몰려와 바닷가를 일거에 덮쳐버리는 거대한 해일처럼 우리 일상을 덮쳐버렸다. 어쩌면 이 텅~~~ 빈~~~ 세상은 우리의 상식이 될지 모른다. 이 공허함과 광활함 속에 좀 더 깊은 성찰로 진정 우리의 삶은 무슨 의미인지 되묻고 또 되묻는 삶이 일상이 될지 모른다.     


  이 충격파가 지나가면 우리 일상은 결코 과거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크나큰 변화를 전 세계인이 일거에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비대면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대형 쇼핑몰이 무너졌듯이, 지금까지 어렵게 버텨오던 수많은 산업에서 비대면 산업은 전통산업을 충격적으로 파괴할 것이다. 온라인 교육, 의료서비스, 금융시스템, 기업의 미팅, 주주총회 심지어는 종교집회나 선거까지도 비대면 서비스가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에는 이런 행위가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고 임시방편적인 행위로 인식하겠지만 이것이 몇 번만 더 반복되면 ‘이것도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어느덧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능가하는 강의실 없는 미네르바 대학 수업 모습


  우리나라의 경우 원격교육, 원격의료 등은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여전히 큰 진전이 없지만 이번에 크나큰 기회가 왔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우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4차원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소수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모르겠지만 대다수가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이미 온라인 쇼핑으로 인하여 대규모 백화점이나 쇼핑몰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처럼 학군이나 대형 병원을 따라 움직였던 부동산 산업이 기존의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마치 영혼 없는 생명체가 무의미하듯 연결되지 않은 부동산은 무의미하게 된다. 반면에 무엇과 연결되었느냐가 바로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텐데,  부동산학에서 제일 강조하는 입지 조건이 완전 달라질 것이다.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간판도 없고 찾기도 힘든 맛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학군 때문에 천정부지의 값을 유지하는 강남도 온라인 교육이 확대되면 강남 집값에 변수가 되리라 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촉발한 온라인 교육은 오래 전에 활성화했어야 할 시스템이다. 20년 전 쯤에 한 고등학교 강연을 갔다가 복도를 지나면서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수업중임에도 불구하고 맨 앞자리 두 세 명만 수업을 듣고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복도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교실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자는 학생들을 포기한 선생님도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수업을 외면하고 잠을 청해야 하는 학생들은 또 얼마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 건지 가슴이 미어졌다. 그 이후에 SERA인재개발원을 만들어 노력을 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비대면 수업으이 활성화되면 이번을 계기로 학교의 역할과 가치 등에 대해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제 온라인은 선생님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면 이미 그 역할은 수명을 다했다. 지식을 배우러 학교에 모여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듣는 다는 것은 지성사회의 교육시스템이 아니다. 혁신하지 못해 너덜너덜한 채로 버티고 있었던 것 뿐이다. 이 번 기회에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 그것만이 미래를 약속하는 길이다.     


  우선 학교의 사명이 달라져야 한다. 지성인을 육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공동체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 와 같은 내가 우주와 사회와 하나 된 존재로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답을 찾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지성인의 자세이며 인공지능과 함께 인류를 더 나은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인간의 마지막 사명일 수 있다. 지식을 좀 더 많이 가진 것으로는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없다. 당연히 학교 성적과 졸업장은 무의미해 진다. 따라서 이제 교육은 지식이 아닌 지성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은 온라인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는 실습과 토론 그리고 공동체를 경험하는 체험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모든 학교가 똑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특화된 한 가지를 경험하게 하는 체험장이 되어야 한다. 온라인과 이러한 특화된 오프라인의 교육시스템 이것이 미래 교육이다.      


  병원의 경우도 환자와의 가깝게 만나는 키오스크 그리고 내진병원 그리고 전문병원 등으로 그 기능이 나뉘어져 각각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최적화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필요하면 드론엠블런스 등을 활용하여 전문병원으로 이동하여 수술이나 치료가 이루어지게 하면 된다. 기득권 때문에 미뤄지고 있는 이런 원격진료체계가 갖추어지면 어쩌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병원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 병원과 학교들이 다수의 노드로 구성된다면 굳이 대도시에 몰려들 이유가 사라진다. 특히 앞으로 계속될 바이러스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적인 소규모 도시에 이런 기능을 내재화하여 에너지나 식량 그리고 바이러스 방역도 자체적으로 잘 구축하게 되면 보다 안전한 그리고 부동산 가격에 부담이 적은 특히 공동체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소도시들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소도시의 네트워크로 메가시티를 구축하고 이것이 전 세계에 확산된다면 차원이 다른 지성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단지 기술개발로만 달성 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총체적으로 대응하듯이 우리 모두가 총체적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나 정부 그리고 우리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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