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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Apr 28. 2020

After Crisis #15 펜데믹 공포의 본질

일상이 붕괴된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작년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번 펜데믹은 이제 반년이 다 되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아직 수십 억 명이 자가 격리된 채로 지내고 있다. 그 와중에 비행기들은 지상에 발이 묶였고 그로 인해 각종 파생산업도 함께 멈춰버렸다. 그 뿐 아니라 세계 물류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어 모든 산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산업도 있다. 바로 4차원 산업들이다. 줌(Zoom)이라는 화상회의 서비스는 3개월 만에 온라인 회의 참석자가 20배 증가해 2억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배달회사, 원격교육, 원격의료, 전자정부 등 더디게 움직이던 이런 분야들이 마치 번개를 맞은 듯 앞 다투어 달리기 시작한 느낌이다. 아마도 이번 펜데믹이 좀 잠잠해져도 다음을 위해서라도 이런 추세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4차원 세계 건설의 가속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터전이 3차원에서 4차원까지 확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양적 성장에 치중 해 온 에너지를 질적 성장에 쏟아 붓게 되어 우리 삶이 보다 윤택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윤택한 삶을 상상하기 보다는 공포스러운 미래를 두려워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도 닥쳐오는 공포감에 어떻게 하든 펜데믹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보려고 안간 힘을 쓰는 듯하다. 


   그런데 원상회복이 과연 이 무서운 공포를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아니 펜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단언컨대 펜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원상회복 역시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포스러운 상황을 계속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많은 기업이나 정부 그리고 개인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붕괴될 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공포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가 느끼는 공포의 본질을 좀 더 깊이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펜데믹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선 감염의 공포일 것이다. 하루에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혹시 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교통사고 당할 확률이나 독감에 걸릴 확률 등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우리를 덮칠만한 위협은 주변에 차고도 넘친다. 


   따라서 이런 죽음이나 감염의 공포보다 더 심각한 공포는 어쩌면 멈춰 선 경제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하루 빨리 경제를 정상화하자고 데모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펜데믹 상황을 맨 몸으로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일상생활이 가능해져도 이러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공포스러운 부분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자주 비행기에 오르기도 꺼림칙할 테고, 예전처럼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전에 우리를 감싸고 있던 총체적인 문화가 붕괴되는 이른바 문화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 이것이 어쩌면 공포의 핵심일지 모른다. 펜데믹 이전부터 이런 문화적 붕괴는 계속 진행중이었지만 펜데믹이 이를 가속화하여 이제는 공황상태까지 이를지 모른다는 공포가 이번 펜데믹 공포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의 붕괴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폐인이 되거나 죽음에 이를 만한 공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를 만나도 꺼림칙하다든가 일 자체가 사라지고 일의 의미도 상실되고 그래서 진정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헷갈리는 이런 상황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공포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당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이런 문화적 공황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들일 것이다. 새로운 미래는 대체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무엇이고 그래서 우리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지 그리고 공동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며 광할하게 펼쳐지는 4차원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 할지 그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등등. 


    이 모든 것이 지금처럼 더 많이 짓고 더 많이 만드는 양적 성장의 시대 사고를 뛰어 넘어 질적 성장의 시대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냥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뭔가를 해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4차원에서 많은 사람들과 집단 지성을 이루어 의미 있는 결과를 3차원에 빚어내는 그래서 단순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런 세계가 도래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난지원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는 문화적 공황상태를 해소하는 일이다. 이것이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든 모여 앉아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수 천 수 만 번이라도 토론하며 집단지성을 도출해내야 한다. 과연 우리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며 무엇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야 될 지를 깊이 성찰하고 뉴노멀을 세워나가야 한다.  현재 그런 대책은 전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사회가 겪을 문화적 혼란을 예상해 보면 첫째로 일에 대한 개념의 변화일 것이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도구로서 쓰임새가 있었고 그런 도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았으며 그렇게 한 평생을 사는 것이 삶의 의미였던 세대와 그렇게 살기를 강요받은 세대 그리고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은 세대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두가 죽기 전에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야만 한다. 


    도구로서의 일과 주인으로서의 일이 같을 수 없다. 앞으로 도구로서의 삶은 기계들이 떠안게 되고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회적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육도 경제도 사회인프라도 모두가 도구로서의 삶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런 사회를 주인이 사는 사회로 진화시켜야 되는 것이 바로 펜데믹 이후의 우리 의 과제다. 


    갑자기 주인이 되어야 하는 매우 불편하고 거북스러운 이 상황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공부하고 수련해야 한다. 그래야 공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진정한 의미가 바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제 진정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잘 극복하면 우리 선조들이 경험하지 못한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고 세상은 진정으로 인간이 주인이 되는 지성사회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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