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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Apr 24. 2020

After Crisis #14 부동산 투자의 변화

부동산 투자 패턴의 변화를 상상한다. 

  양적 성장 시대에는 뭔가를 만들면 돈이 되는 시대였다. 아파트도 지으면 팔렸다. 그럼에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계속 지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에만 미분양 주택이 수만 채가 넘게 남아있고 중국의 경우도 수천 만 채 이상이 비어있다. 수요가 많다면 미분양 주택이 이리 많을 수가 없다. 사실 부동산의 가치는 본질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같은 부동산의 수요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는 역시 입지다. 이것이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입지에 있는 부동산이라 할지라도 가치가 개별적으로 다르게 평가되고 있다. 바로 옆에 부동산이라고 해도 비슷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20년 전 외환위기 이전에만 하더라도 특정지역의 부동산이라면 싸잡아 동일하게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가능하던 시기이다. 그런데 그 이후 해외 투자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평가 방법이 주목받았는데 그들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총수입, 임대수익률 등을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건물을 매입하면 임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었다. 그 이후 국내 투자자들도 이런 방식으로 부동산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매우 실질적인 부동산 평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측면에서 부동산 가치를 정하는 변수 중에 지금까지 고려치 않던 변수가 하나 추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4차원과의 연관성이다. 4차원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다. 온라인 사업 비중이 크면 클수록 부동산의 입지 선택이 보다 더 유연해 지기 때문에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펜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되면 이와 같이 4차원과의 연계성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런 추세를 여하히 잘 활용하여 부동산의 개념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4차원과의 연계성이 주는 효과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을 텐데 첫째, 4차원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임차인이라면 지역과 상관없이 임대수익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고, 둘째는 4차원 제어시스템을 활용하여 부동산 운영의 최적화를 통해 운영비용의 최소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고 셋째는 토지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곳을 선택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너무나 명확한 예는 바로 데이터센터일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4차원 세계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창고는 기존의 부동산 입지와는 무관하게 통신망 즉 4차원으로 통하는 고속도로가 가장 중요한 입지가 된다. 그 다음 전력망 그리고 인력확충 등이 고려되는 데 기존의 변수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입지조건이 유연해 져 토지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투자수익률은 물론이고 임대수익률도 좋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물류회사나 쇼핑몰 기업들이 물류창고 겸 매장을 도심 한 복판에 작고 스마트하게 여러 곳에 만들고 있는 추세다. 그러니까 값비싼 1층에 매장을 내기 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허브창고를 만들어 보다 빠른 배달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1층에 매장을 가진 24시간 편의점이 단순한 편의점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물류거점 또는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그 지역의 수요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한다면 4차원의 질적 성장과 연계된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걸어들어 오는 손님이나 단골만 기다리는 기존의 상점들과는 차원이 달라지게 된다. 


   4차원과의 연계성은 부동산 그 자체의 지능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로 부동산의 스마트화이다. 에너지 부터 물이나 쓰레기 처리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로써 임대수익률을 극대화한다면 이것 또한 부동산 가치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부동산의 임대수익 증대나 효율의 극대화 차원에서 4차원과의 연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것이 개별 부동산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면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도시의 기본계획을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고 따라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고 기존 도시의 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결정된 도시계획에 참여하여 리스크 없이 사업을 전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상투적인 개발만이 추진되고 있고, 도시는 과밀해지고, 각종 폐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통, 공해, 바이러스까지 비용부담은 고사하고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펜데믹까지 닥쳐 과연 사람들이 앞으로도 이런 대도시를 고집할 지는 미지수다. 


   만약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내재화되고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공동체 중심의 독립적인 스마트 시티가 존재한다면 이런 새로운 대안이 주목받지 않을까 예상하게 된다. 아마도 부자들부터 그 도시로 대 탈출이 시작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남해의 조그만 섬에서 그 곳에서 하바드대학이던 서울대학교던 입학이 가능하고 그곳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또한 그곳의 병원을 통해 바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어떻겠는가. 


   지식 주입은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면교육 중 일부는 현지에서 일부는 서울캠퍼스 등에서 하도록 4차원으로 커리큘럼이 구축된다면 또한 진료역시도 현지에서 할 진료와 대형병원에서 할 진료를 잘 구분하여 일사분란하게 처리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춘 병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은 환경과 좋은 사람들과의 공동체를 이루고 남해의 조그만 섬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4차원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이 보장이 된다는 조건도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일단 4차원 세계와의 연관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임대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유지비를 최소화하여 임대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지역이 어디든 간에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판매와 운영유지가 이원화되어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고 투자 및 운영 유지라는 개념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자동차의 렌트카 사업과 같이 부동산에 대한 장기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 이상 부동산 공급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방식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20년간 임대수익으로 투자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4차원 부동산은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Siti라는 소규모지만 독립적인 스마트 시티를 공동으로 개발하게 되면 아마도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니까 에너지, 식량, 물, 그리고 인터넷 등 중요한 기반시설(Zero Basic)을 독립적으로 구축하고 교육, 의료, 문화, 제조 시설 등을 4차원을 활용해 내재화하고(Urban Basic), 그 기반 위에 개별 부동산들이 특정한 공동체가 문화를 공유하는(Culture Basic) 형태로 구성된다면 생존 기반은 안정되면서 지성적 가치 창조가 극대화되고 운영비를 최소화하여 거주자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투자자의 수익 또한 확보된다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Siti의 전략인 것이다. Siti는 탄소배출권 사업과도 연계되어 보이지 않은 수익도 반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Siti가 확산되면 될수록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확대되어 기후 위기에 가장 적극적인 대안이 된다는 점이다. 


  이번 펜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라지지 않고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여 일시적인 쏠림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가운데 대면 활동의 질적 가치를 매우 중시하게 될 것으로 본다. 사실 몇 달 간의 반 강제적인 거리두기는 우리의 상식을 많이 파괴하고 있다. 앞으로는 4차원을 통해 사전 접촉을 충분하게 한 후에 만남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교육도, 기업도, 종교도, 정부도 심지어는 군도 비대면 활동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동산의 경우도 이런 식으로 투자 패턴이 변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되면 전 국토를 아주 골고루 그리고 지속가능하게 또한 질적으로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문명화에 크게 기여하며 신산업을 촉발하게 될 것이고 기존 선진국의 도시 재생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4차원의 질적 성장이 실현되고 역설적으로 보다 뜻있는 공동체 의 깊이는 더욱 강화되어 행복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은 이런 공동체 일원으로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성사회의 지성인의 모습이요. 미래사회의 청사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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