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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May 23. 2020

After Crisis #17 시간에 투자하라

시간을 수십 수백 배 더 활용할 수 있음이 미래의 경쟁력이다.

  어느 덧 펜데믹 상황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마스크는 지갑 같은 필수 소지품이 되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한 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단단히 무장을 하지만 식사나 미팅 중에는 슬그머니 무장 해제가 되고 만다. 사실 대화중이나 식사 도중에 감염위험이 더 높을 텐데 말이다. 아직 상대를 전염자라고 가정하기에는 여전히 어색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느슨한 경계심 때문에 가족들 심지어는 어린 아이까지 감염이 되는 경우가 빈번해 진다면 모르는 대중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구나 가족까지도 감염자로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 


  에이즈나 독감처럼 코로나19도 그런 경계 대상이 될 것이 틀림없으며 이런 바이러스 공격이 빈번해 질수록 인간관계는 항상 경계해야 하는 불편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손씻기나 거리두기 그리고 만남이나 대중장소에 대한 경계심은 상식이 되고 대면활동은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질적으로 높은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온라인 티 미팅을 제안 받아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세 사람이 온라인 미팅을 끝내고 효과에 만족하고 추가 미팅도 온라인 티 미팅으로 잡았다. 회의를 제안한 분은 온라인 맥주파티도 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각자 맥주를 준비하고 화상채팅을 하며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비대면 활동은 앞으로 문화로 자리 잡게 될지 모른다. 몇 번 하다보면 익숙해 질 것이고 그렇게 시간을 줄여 비대면 활동을 강화하다보면 대면활동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 진다. 이렇게 비대면 활동의 확대되고 그에 따라 대면활동의 질적 가치가 증대된다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일률적으로 주어진 24시간을 누구는 240시간처럼 누구는 2,400시간처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남들보다 수십 내지 수백 배 더 시간을 활용한다면 그만큼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처럼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욱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데 기여했다. 이번 펜데믹은 기술적으로 준비되어 있던 비대면 활동을 촉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그 시간을 보다 파워풀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기계노예들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시간을 수십 내지 수백 배의 더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질적 성장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도태되고 말 것이다. 최근의 펜데믹 상황에 대처하는 각 나라의 상황을 눈여겨 살펴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답습하고 있어 여기에 소비되는 일본국민의 시간을 합산해 보면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여하히 창조적으로 가치 있게 활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쳐도, 달구지와 자동차의 경주처럼 시간을 확보하는 인프라를 갖추었느냐는 기본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차별화될 수밖에 없음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왜 전 세계가 5G통신망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등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여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점과 확보된 시간을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 창조에 활용할 수 있느냐?’ 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다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보다 차원이 다른 사회적 자본 확충보다 여전히 철도 건설과 같은 아날로그 투자를 강조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을 벌 수 있는 투자는 철도 보다 수천, 수만 배 빠른 온라인이 더 의미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으며, 프로세싱을 획기적으로 축소해 줄 수 있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이 더 많은 시간을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번 펜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민첩성 때문이다. 웬만한 국가라면 마스크나 진단키트 같은 것은 시간만 주어진다면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빠른 행동으로 시간을 번 것이다. 이제 앞으로는 더더욱 시간 싸움이 된다. 왜냐 하면 인류문명의 양적 성장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며 질적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의 최적화나 극대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더욱 더 과감해 질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질적 성장을 위한 인프라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존과 안전을 위한 투자이다. 이것은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이다. 개인들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국가도 생존과 안전의 인프라를 갖지 못하면 사상누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자립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에너지나 식량 등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은 질적 성장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늘 불안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펜데믹 이후의 최대 투자처는 질적 성장을 다시 말해 시간을 극대화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와 자립기반을 단단히 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자립, 식량자립 등이 그것이다. 이는 철도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이제 모든 국가가 이번 펜데믹을 통해 뼈져리게 실감했을 것이며 앞으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 잘 대비한다면 그들에게 이런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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