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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Oct 08. 2021

지속가능 발전의 핵심키워드

선형적 사고에서 순환적 사고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꽤 보기 힘든 모습이긴 하지만 어쩌다 동물 사체나 음식물 쓰레기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꿈틀거리는 징그러운 벌레들이 있었다. 일명 구더기다. 아마도 지금 이런 장면을 보게 되면 기겁을 하고 달아날 사람이 대부분일 듯하다. 그런데 구더기 중에 일부 종으로 욕창과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의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은 이빨이 없어 화확 물질을 분비해 썩는 살을 녹인 뒤에 섭취를 하기때문에 치료가 가능하며 소독 효과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구더기랑 비슷하게 생긴 환경 정화 곤충 동애등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애등에는 음식물쓰레기, 사체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면서 자신의 몸의 2천 배 정도의 분토를 만들어낸다. 동애등에는 조단백질 45%, 조지방 32%, 조회분 6.2%, 조섬유 8.4% 등의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아르지닌, 메타오닌, 라이신 등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가금사료, 양식어 등의 단백질 공급원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산란기 닭이 먹는 대두박과 어분을 대체할 수 있는 우수한 동물성 사료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유충과 번데기는 사료 원료로 탁월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물론이고 거름과 사료로 사용되는 익충 중에 익충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의 고마움을 잊은 채 더럽고 징그럽고 기겁할만한 놈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대체 어떤 원인으로 이렇게 되었을까.     


동애등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서양 문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사문학의 정의에서 비롯해서 기독교적 종말론, 그리고 마르크스나 헤겔의 역사발전론 등 모든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고 있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시작~중간~종말의 서사구조의 특징이다. 하지만 동양의 시간은 순환의 시간이다. 서양의 직선과 동양의 원은 각 나라의 국기에서도 잘 나타난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들로서는 서양의 선형적 사고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자연의 기본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결국 이러한 선형적 사고는 구더기를 익충이 아닌 종말 가까이 존재하는 이른바 죽음의 사자 정도로 인식하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적 사고에 익숙해 지고 말았다. 폐기는 곧 또 다른 시작임을 인식하였다면 지금의 폐기물 처리 방식이나 자원의 순환방식도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도 더 이상 혐오시설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나 기업 활동도 지금처럼 치킨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던 구더기를 새롭게 인식하듯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한편으로는 해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익이 되어 결국 돌고도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말이다. 이것이 바로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미래를 설계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생각이라고 본다. 


끝이 처음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죽음을 돌아가는 것이요, 새로운 탄생을 기약하는 것임을 인식한다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어떤 형태로든 재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발전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버려서 폐기하는 것이 아닌 귀하게 재탄생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폐기물처리나 쓰레기 문제는 지극히 선형적 사고의 결과물일수밖에 없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좀 더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또한 경제적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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