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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Oct 17. 2021

'오징어게임'의 역설

생존의 게임이 아닌 삶의 게임이 될 수는 없을까

요즘 ‘오징어게임’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이 단순한 게임들이  우리 일상과 대비되며 극적 효과가 매우 컸다. 탐욕을 추구하며 벌어지는 우리의 일상이 경제, 개발, 발전, 산업, 정의, 투자 등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은 ‘오징어게임’과 별 차이 없음을 시원하게 까발린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누구는 성공을 위해, 누구는 생존을 위해 부를 추구하는 가운데,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닥치는 대로 사용해서 결국은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항에 산소나 물 그리고 먹이를 순환해 주지 않으면 그 안의 물고기들은 얼마 못가 다 죽게 된다. 지구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어항에 불과하다. 어항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하여 정교한 순환계가 작동을 해야 어항 안의 생명체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라는 어항은 인간으로 인해 자원이 독점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어항 내에 모든 생물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류 문명이라는 것이 한쪽에서는 넘쳐나는 쓰레기로 고통 받으면서도, 다른 한쪽의 기아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주 미개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인류에 의해 제6의 대멸종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 종의 멸종은 그 종에 기대 살던 다른 종도 함께 사라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이 도미노의 중간쯤에 인간도 멸종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는 이전의 대 멸종 사태에서도 살아남았던 우리가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생명체들이 다시 오랜 시간에 걸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라는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이토록 파괴하듯이 인간은 지구 생물량의 0.01%밖에 안 되지만 야생포유류의 83%를 멸종시켰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육지 포유류의 60%는 인간이 키우는 가축이고 36%는 인간이다. 나머지 4%만이 야생포유류인데 이 비중은 빠르게 더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조류의 경우는 닭, 오리 같은 가금류가 70%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바로 코로나19와 같은 존재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제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음을 그렇게 모든 것이 제대로 순환되어야 지속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비록 지구가 크게 보여도 우주의 티끌 같은 존재요. 이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연결된 다른 생명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 결국 우리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생각은 모두가 함께 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누구하나가 탐욕을 부리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징어게임’에서 죽임을 당한 455명이 죽기위해 게임에 참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456억원의 상금을 모두에게 이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참가자 모두가 지혜를 모우고 그것을 실천했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솔직히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너무나 탐욕에 익숙한 탓일까.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고 공존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공멸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마지막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자존감 아니겠는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로부터 수십억 년의 지구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장 사악하고 탐욕스러웠던 생명체로 기억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전문가들은 인간 생태계의 비중을 줄이고 파괴한 지구를 되돌리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일이라 주장한다. 축산업의 비중만 줄여도 기아문제나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으니 대체육류개발 등을 서두르는 것이고, 우리 후세들이 사용해야 할 화석연료를 탐욕스럽게 훔쳐 사용했으니 그걸 되돌리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순환계를 인식하고 홍익인간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되어져야 하고 탐욕이 아닌 홍익이 개인들에게 멋진 삶과 부를 가져다주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갖춘 경제시스템이 창조되어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고, 전 세계 수억 수십억명이 하나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므로 탐욕이 아닌 홍익이 부의 상징이요 원천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창조하고 보급한다면, 자발적으로 지구 생태계 복원은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면 돈이 되고, 소고기를 안 먹을수록 부자가 되며, 물건을 안 살수록 성공한 자가 되는 시스템은 불가능한 것인가. 어차피 지금의 물건도 결국 인간의 탐욕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면 이런 역설적인 선택이 부가 되는 경제시스템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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