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로 40년 살아갈 자금, 얼마?
제가 50대가 되어보니까, 확실히 40대하고 다르더라고요.
모니터의 작은 글씨들을 오래 바라보고 있기도 힘들고, 목요일 오후부터는 몸도 마음도 많이 피곤합니다. 예전 같지 않죠. 가끔 주변에 교수 친구들이 안식년 쉰다고 하면, 너무 부럽더라고요.
나도 한 1년 푹 쉬고 싶다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은 더 일해야 하는 100세 시대인데, 과연 자산이 얼마가 있으면, 맘 편히 쉬면서 생계와 관계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많은 중장년, 시니어 분들의 고민거리입니다. 관련 기사나 유튜브 콘텐츠도 많이 있긴 한데, 속 시원한 답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따져봤습니다.
은퇴 후에 한 달에 필요한 비용이 부부 2인 기준으로 277만 원, 1인 기준으로 177만 원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기대하는 수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밥 걱정 안 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적당히 문화 생활하기에 평균적으로 이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년이면 3,300만 원입니다.
60에 은퇴해서, 90까지 산다고 하면 30년을 곱하면, 10억이네요. 진짜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40년을 곱하면, 13억 정도가 됩니다. 물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았는데요, 반면에 나이가 늘어날수록 월 소비하는 비용도 실제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70대는 70%, 80대 이상은 50% 정도 감소한다고 하니, 물가상승률과 줄어드는 지출을 대략 퉁 치고 월 277만 원으로 동일하게 계산했습니다.
월 277만 원씩 1년에 3300만 원, 40년이면 대략 13억으로 계산했습니다만, 사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죠. 13억을 곳간에 쌓아 두고 매달 277만 원씩 꺼내 쓰는 개념도 맞지 않고, 월 생활비에는 부부가 함께 살아갈 주거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중간에 병을 앓아서 병원비를 지출해야 할 수도 있고, 60이면 아직 자녀들 독립시키기 이전일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케바케이죠. 하지만, 모든 변수를 고려하면 답을 낼 수가 없으니, 전제를 심플하게 하고,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60대 평균 자산은 3.1억 원이라고 합니다. 음... 차이가 크죠. 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최상위권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60대 상위 50%에 해당하는 수치이고요, 상위 10%가 되어야 평균 13억 2천만 원 정도가 됩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자산 비중은 부동산이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이 13억이라도, 현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매우 제한적이죠. 단순 계산하면, 13억 중 10억이 부동산, 3억 정도가 유동가능한 자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집을 모두 유동화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부터 복잡해집니다.
2023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윗값이 9억 7500만 원이라고 합니다. 국내 60대 인구의 주택 자가 보유율이 그나마 67%라고 하니, 3명 중 2명은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집은 계속 실거주용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자산의 3/4을 깔고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니면, 외곽으로 이사하거나 다운사이징해야 유동 자산을 그나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월 277만 원을 매달 확보하려면,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안이 떠오르시나요? 음... 쉽지 않습니다.
자, 그래도 조금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국민연금 모두 가입되어 있으시죠? 국민연금을 포함해서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연금 3 총사라고 합니다. 최근 기사에 보면, 가구당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138만 원이라고 합니다. 물론 개인별 편차가 크겠지만, 가구당 연금을 모두 끌어 모으면 65세 이후부터는 138만 원 정도를 커버할 수 있다고 하니, 매월 필요한 금액 277만 원에서 138만 원을 빼면, 139만 원이 실제 필요한 금액입니다.
277만 원(월 생활비) - 138만 원(연금 수령액) = 139만 원(실제 마련할 금액)
그럼 다시 계산해서, 월 139만 원씩 1년이면 1,668만 원, 40년이면 6억 7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살 집은 별도로 있어야 하고요. 60대 평균 자산이 3.1억 원, 상위 10%가 13억 원이라고 했으니, 여전히 대부분은 숨이 턱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집을 별도로 하고, 6억의 자산이 있어야 한다니 말이죠. 조금 더 머리를 써보시죠.
작년부터 주택연금(역모기지)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은 평생 벌어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세상입니다만, 그래도 지금 중장년층은 세대 특성상 집 값이 말도 안 되게 비싸기 전에 집을 장만한 세대여서, 그나마 자가 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공시지가 9억 월 이하만 가능했지만, 최근 12억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더 많은 분들이 주택연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택연금은 노후 생계를 위한 중요한 옵션인데요, 그러려면 과거처럼 자녀들에게 집을 고스란히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어차피 100세 시대라면, 자식이 70대가 되어야 자산을 물려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의 계산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윗값이 대략 9억 원대라고 했고, 공시지가 7억 원 주택을 기준으로 60세부터 주택연금을 수령하면 월 140만 원 정도를 평생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주택연금의 유불리를 떠나서 100세 시대를 위한 현실적인 초이스임엔 분명합니다.
139만 원(실제 필요 금액) - 143만 원(주택연금) = 얼추~~!!
다시 정리하자면, 노후에 매달 2인 부부 기준으로 필요한 생활비가 277만 원이며, 평소에 연금 3 총사(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를 잘 준비하셨다면, 월평균 138만 원을 충당할 수 있고, 다행히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60세부터 주택연금을 수령하게 된다면, 나머지 금액 139만 원을 전후해서 얼추 월 필요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결국, 은퇴 후 연금 준비를 어느 정도 했느냐와 보유 주택의 가치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위 계산식에 대입해 보면 됩니다.
지금 고려해 본 노후 자금은 다양한 돌발 변수를 제외한 단순 계산입니다. 자녀의 독립, 결혼,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질병 및 사고, 이별 등의 변수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60세 이후에도 얼마든지 계속 일을 하며 정기적인 소득 활동도 가능하고, 여유 자금으로 투자를 통해 일정 수익률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개인 자영엽 및 임대사업 등을 통해서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 흐름을 만드신 분도 있을 테고요.
우리나라 1차 퇴직 연령이 50세 전후라고 합니다. 50세 이후에서 실질 은퇴 연령인 70세까지는 제2의 직업을 찾거나 그동안의 수입에 한참 못 미치는 일에 종사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사업 또는 자영업의 길에 뛰어드시는 분들도 많죠. 실제 연금을 수령하는 60세 또는 65세 이후부터는 제도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다만, 5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어려운 지점입니다. 이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분들도 계시고, 은퇴가 없는 캐시 플로우를 만드는 분도 계시고, 평생 마련한 자금을 날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55세에서 60세까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 버티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40년을 잘 살기 위해서는 13억 자산이 있거나, 집과 각종 연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더 중요한 건 '건강한 몸과 마음'입니다. 아무리 많은 자산이 있어도 남은 40년이 지옥일 수도 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노후 준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만, 경제적인 고민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서는 '그건 나중에 생각하지'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프고 나면 나중은 없습니다. 어쩌면 건강은 20~30억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이 50대 분들은 건강과 체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앞으로 40년을 잘 누릴 기초 자산을 관리하고 만들어야 하는 시기이죠. 그게 가장 큰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