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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조은 Jan 13. 2020

커뮤니티, 없으면 만들어라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동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고민한 것들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 동문, 스타트업을 공통분모로 모입니다. 3년이 되었지만 3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커뮤니티입니다. 이 작은 커뮤니티를 왜 꾸리게 됐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필요와 기회

지방의 작은 대학을 졸업했고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보니 서울의 이름난 대학에서는 동문들이 모여 서로를 돕고 있었다. 졸업생과 졸업생이 만나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만난다고 했다. 서로 정보가 공유하며 선순환이 일어났다. 누군가 창업하면 도와주고 일자리를 채웠다. 부러웠다. 그리고 모교의 후배들이 안타까웠다. 페이스북 그룹을 검색해본 뒤 적당한 모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필요와 기회가 보였다. 이제 행동으로 옮길 차례였다.


누가 모이는가

2017년, 모임을 꾸리기 위해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동문들을 수소문했다. 네 명의 운영진이 모였다. 몇 차례 만나며 모임의 정체성을 논의했다. 모임의 공급자(주최자), 소비자(참석자)를 정의했다. 동문들 중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공급자로. 참석자는 학생(재학생, 휴학생, 취준생) 혹은 스타트업에 종사하지 않는 동문으로 정의했다. 


나아가 스타트업이란 무엇인지 정의했다. 각자가 느끼는 스타트업이란 무엇인지 생각을 흩뿌려 놓은 뒤 공통된 낱말을 모았다. 고객 가치 실현, 파괴적 혁신, 비전, 주도성, 성장, 자유와 같은 표현이 남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으로서의 특징, 직원으로서 느끼는 스타트업의 특징을 정의해 문장을 다듬었다. 문장에서 포함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왜 모이는가

2017년에만 세 차례 모임이 있었다. 같은 업계에 있는 동문들이 모이니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 얘기만 해도 밤을 지새우는 특이한 사람들이었다. 거기에 일하는 얘기까지 더했으니 얼마나 재밌었을까. 매번 모일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였다. 그러다 2018년이 접어들며 모임이 시들해졌다. 운영진들 개인의 사정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동기가 부족했다. 이유를 되묻기 시작했다. 왜 모여야 하는지. 


결론은 '더 멀리 가기 위해서'였다. 문제를 해결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스타트업은 그 여정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혼자 간다면 더 힘들 여정에 함께할 동료가 되어주고 가능한 멀리 가기 위해 우리는 모여야 했다. 같은 대학을 나와 유사한 가치관을 공유한 이들이었다. 상당수는 세상을 바꾸자는 학교의 슬로건을 여전히 믿고 있었다. 다만 가끔 지쳐서 초심을 잃을 뿐이었다. 그래서 모이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친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더 멀리 가서 끝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이는 것이라고. 


어떻게 준비할까

보통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모인다. 때문에 주제를 가장 먼저 선정한다. 재밌게도 주제는 당시에 가졌던 개인적인 관심사 중에서 고른다. 채용에 관심이 많을 땐 이직과 채용을 주제로 선정하는 식이다. 여기서 약간의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 커뮤니티에서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믿음. 확신이 서지 않을 땐 그룹에 글을 올려 반응을 살핀다. 어느 정도 괜찮다 싶으면 준비팀을 꾸린다. 


준비팀은 행사 한 달 전쯤 모인다. 첫 모임에선 왜 모이는지 동기를 공유한다. 이어 주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하나 만든다. 예를 들어 '혼자가 아니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같은 문장으로. 이때부터 모임의 가닥이 선다. 대략적인 행사 일정을 정리하고 역할을 분배한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서로 리마인드 하면서 행사를 준비한다. 


모여서 무엇을 하나

준비팀이 해야 할 일 중에 '섭외'도 있다. 주제에 걸맞은 경험을 가진 동문을 찾는 일이다. 보통 두 분 정도를 모시고 발표를 부탁한다. 각각 30분씩, 한 시간을 발표로 구성한다. 두 시간은 그룹 지어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이야기 나눌 때 어색함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질문을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질문 없이도 즐겁게 이야기 나눈다. 한 시간에 한번 그룹의 구성을 바꾼다. 때가 되면 저녁을 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단순한 형식이라 별거 없단 생각이 들지 모른다. 개인적으론 형식이 단순해야 주제가 산다고 생각한다. 형식은 주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구성하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발표, 그룹 톡의 형식이 주제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다시 모여야 하는 이유

"자리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행사가 끝나면 대부분의 동문들이 해주는 말이다. 행사가 끝나고 한 달쯤 지나면 주변에서 묻는다. "다음엔 언제 모이나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모일 궁리를 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필요가 보이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누군가에게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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