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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조은 Dec 25. 2019

회고하고 계획하고

'이름없는 독서모임'과 함께한 2019년 연말 모임

왜 모이는가

지난 1년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회고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혼자 하면 되는 걸 왜 모여서 했을까. 칭찬받고 싶었다. 크고 작은 성공을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었다. 또 위로받고 싶었다. 크고 작은 실패를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었다. 한편으론 객관화하고 싶었다. 나의 성공이 정말 성공인지 나의 실패는 정말 실패인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누구와 함께할까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서로의 일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매주 모여 책을 매개로 이야기 나눠 온 이름없는 독서모임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책으로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의 가치관을 꾸준히 시간 공유해온 친구들이었다. 매주 만나면서 가끔을 일상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할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카톡방에 모임을 갖자고 이야기했고 곧장 준비 위원회가 결성됐다. 


무엇을 할까

'이없독 연말 모임 준비위원회'는 모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결성된 TFT였다. 우린 2019년을 회고하고 2020년을 계획하는데 목적을 두기로 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 친구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삼자고 했다. 최근 장교로 군대를 전역한 친구는 세미나에서 배운 방법을 알려줬다. 개발자인 나는 개발자 커뮤니티의 회고 방식을 제안했다. 아이디어를 취합해서 공지문을 작성했다. 아직 군기가 살아있는 친구가 큰 몫을 해줬다. (필!승!)

갑자기 분위기 공무원.hwp


어떻게 할까

1박 2일로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했다. 덕분에 시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알차게 채우기 위해 회고와 계획의 형식이 필요했다. 친구가 세미나에서 배워 온 내용을 바탕으로 회고와 계획을 위한 카테고리를 다섯 가지로 나눴다. 


1. 일/직업 - 업무 목표, 수익, 서비스, 급여, 연봉, 승진 등

2. 자기 계발 - 독서, 학습, 어학, 취미활동, 스포츠, 여행 등

3. 가정/인간관계/재정 - 이성교제, 부모, 친구, 저축, 투자 등

4. 신체/건강 - 운동, 생활습관, 수면, 식사, 술, 담배, 건강지표(체중, 혈압) 등

5. 신앙/사회봉사 - 종교생활, 자원봉사, 사회참여, 후원 등


회고는 각 카테고리에 대해 감사한 일, 아쉬운 일, 새로운 다짐을 적고 계획은 같은 카테고리에 대해 목표, 실천 내용, 시간계획을 적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 내용이고 이를 실천할 시간계획을 세우는 형태다. 모두가 작성하기 쉽도록 카테고리와 세부 항목을 표로 정리해 준비했다. 


독서모임이란 이름에 걸맞게 선물로 책을 교환하기로 했다. 각자 읽었던 책 중 하나씩 준비했다. 책을 나름의 방식으로 포장한 뒤 포스트잇을 붙여 책에 대해 소개했다. 포장지 너머 있는 책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만들었다. 그리곤 작은 게임을 통해 순서를 정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가져가 개봉했다. 개봉한 책을 놓고 왜 책을 가져왔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준비한 모임 이후에도 늦은 밤까지 즐거운 이야기가 오갔다.


그래서 좋았을까

지난 1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일과 자기 계발에 있어서 유의미한 성공이 있었다고 느꼈다. 반면 그 외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성공에 대해선 칭찬받았고 실패에 대해선 위로를 얻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객관화할 수 있었고 버려야 할 것과 힘써야 할 것을 구분 지을 수 있었다. 굵직한 몇 가지 계획을 세워 내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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