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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조은 Dec 07. 2019

온라인 친구와 독서모임 하기

1년간 '이름없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배운 것들

온라인으로도 충분하다

2018 7 15  모임을 시작으로 1 넘게 모였다. 오직 온라인으로만. 매주 일요일 저녁 9 스카이프에서 만났다. 1년간 8권의 책을 읽었다. 얼추  달에 반권 조금 넘게 읽은 셈이다. 가끔씩 쉬었던 날도 있었고 책이 아주 두꺼웠던 적도 있었으니 충분한 분량이었다고 생각한다. 보통 한번 만나면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눈다.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할  같았던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간다. 이를 통해 각자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생각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주제는 다양하게 두는 것이 좋다

처음 독서모임의 주제는 '행복과 사랑'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첫 번째 책도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이라는 책이었다. 막상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은 주제만으로는 이야기가 풍성해지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 두 번째 책은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대화의 소재는 무궁무진해졌다. 자연스럽게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없어졌다. 읽고 싶은 책을 서로 추천하고 투표로 한 권을 선정하고 있다.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느 모임이 그렇듯 모임이 지속되게 하는 축이 되는 사람이 필요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개인의 사정으로 모임을 잠깐 못 나오더라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돌아온다. 그렇게 되면 두 명이건 세명이건 모인다. 결국 이 온라인 모임도 '모임'이라는 이름을 쓰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사람으로 인해 모여야 의미가 있는 모임이 된다. 스카이프에 초록불을 켜고 기다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고인물은 썩는다

그래서 가끔 섞어줘야 한다. 한 사람만 모임을 리드하게 되면 아무리 주제가 다양해도 생각의 폭이 제한된다. 가끔은 역할을 바꿔줘야 한다. 다행히 이름없는 이 모임에서는 서로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채워갔다. 리드하는 사람이 지쳐 보이면 누군가 자발적으로 모임을 리드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요약해서 발표하기 같은 방식이 도입됐었다. 뿐만 아니라 가끔 새로운 친구가 구성원으로 합류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지역의 경계를 허문다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 모임보다 좋은 이유다. 독서모임의 구성원은 서울, 포항, 부산 등에 거주하고 있다. 시간대만 잘 맞다면 해외에 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친구도 함께 모이고 있다. 해외여행 중에도 모일 수 있다. 지난 가을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는 만날 수 있는 게 온라인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시작은 두명이었다. 친구와 함께 글을 써서 SNS에 올렸고 네 명이 더 모였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이 1년 가까이 지속되자 욕심이 생겼다. 구성원 모두가 리더급이 되어 각자 두세 명씩 더 모아서 전국구 온라인 독서모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각자가 있는 그 자리에서 모일 수 있는 형태로 규모를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반응을 보고 깨달았다. 지금 모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크기가 아니라 깊이를 더해야 하는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여라, 꾸준하게

일단 모이는 게 중요하다. 완벽한 환경은 없다. 우선 모여서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모임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일단 모여서,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성장해가는 선택이 완벽한 시작보다 낫다.


사실 이건 오프라인 모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일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쩌면 이 글에서 적은 모든 배움도 마찬가지. 온라인 모임을 하지 않았어도 배울 수 있는, 어느 책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 '이름없는 독서모임'의 운영기가 주는 교훈이 크다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이 비슷한 진리를 공유한다는 이유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건 오늘의 배움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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