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과 사랑

차별과 배제, 혐오표현으로 무장한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세상을 향한 짝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by 김하종

1. 인터넷 세상


온갖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의 댓글과 평점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온갖 배제와 차별이 난무하는 혐오표현들로 가득 찬 그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퍼 나르며 이 세상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양 떠들어대는 말들이 진짜 여론이라고도 믿지도 않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여론이라고 떠도는 말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저 '목소리 큰 사람' 또는 '글을 잘 쓰거나 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조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내뱉는 온갖 욕설과 비난마저도 이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이 상당히 괴로운 작업이기는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2. 우리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도 목소리 큰 사람들이 주도하는 세상입니다.

남보다 적극적이거나 조금이라도 잘 나서는 사람들에게 훨씬 유리하게 돌아가지요.

굳이 분류하자면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로 상당한 혜택을 받아온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큰소리치지 않고 별다른 아쉬운 소리 없이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만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온갖 아름다운 말들로 포장하려 하기보다 가끔은 하찮아 보이기도 하는 작은 일들을

티 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습니다.
소심하고 소극적이지만 한결같이 고집스럽게 자신의 위치에서 궂은일을 해내는 사람들.

가장 낮은 곳을 스스로 택하여, 가장 더러운 것을 싸안고 사는 사람들.

말만 많고 비겁하기보다 말없이 정의로운 길을 걷는 사람들.


조용하지만 성큼성큼 한 발짝 나아가는 역사의 진보가 그러하듯이.

3. 목소리만 큰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에는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가리어져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아무리 외쳐대도 미처 그 소리가 세상에 가 닿지 못하는 사람도 너무나 많지요.

그 생의 무게가 다른 생보다 가볍다 할 수 없듯이 그들의 외침은 당신들의 그것만큼 귀중합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닥치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마지막 장면에서 지영이 세상에 처음으로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왜 남에게 상처주기 위해 애쓰는지 모르겠어요."
-82년생 김지영 중 中-


4. 세상을 향한 믿음


사랑도 제대로 받아본 사람이어야 타인에게도 잘해줄 수 있다는데,
타인에게 상처를 잘 주는 사람들은 혹시 스스로가 상처 많은 사람들은 아닐지요?

그렇다면, 그 상처는 대체 누가 주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와 우리가 만든 세상,

이 사회일 것입니다.

지금은 차별과 배제, 혐오 속에서 치러지는 모든 싸움들이

소모적인 개싸움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미워하고 욕하기 이전에 한 번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사랑의 힘 따위를 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세상을 향한 짝사랑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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