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1
운동을 미친듯이 좋아하진 않지만
그나마 산책, 걷기, 달리기 정도는 꽤 좋아한다.
혼자 걷고 달리다보면
온전히 홀로 갖는 나만의 시간동안
갖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로 온갖 잡생각이 사라지기도 한다.
뛰다보니 '숨', '쉼', '뜀', '땀'이 떠오르길래
이참에 내가 좋아하는 1음절 단어들을 생각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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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발, 살, 쌀, 술, 밥, 시, 서, 책,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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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산, 들, 강, 물, 숲, 풀, 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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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별, 솔, 해, 빛, 낮, 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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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셋, 공, 정, 동, 안,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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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의, 예, 지, 신,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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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아, 타, 자, 생,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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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옆, 곁, 편,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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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격, 결,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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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흥,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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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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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단어들은 이쯤되어 보인다.
이유는 여러가지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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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예뻐서거나. 모양이 예뻐서거나. 글자에 담긴 의미가 예뻐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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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름답기 때문일거다.
어느 날부터 아름다운 곳에 이르면 종이를 펴서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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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 쓰고 노래하기엔 차마 쉬이 쓰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세상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움과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
누군가 배제되거나 짓밟히는 현장들이
도처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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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조차도 나는,
누군가의 희망이, 누군가의 등대가,
누군가의 나무가, 누군가의 노래가,
누군가의 촛불이, 횃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자, 한 자를 써내려 가고 싶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는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일테다.
1음절 단어를 생각해 보겠다면서
구태여 사랑하는 애인의 이름을 꼭꼭 넣고 싶어하는 그 마음처럼.
한 글자씩 따로 있어도 좋지만,
함께 있으면 더 예뻐보이는 그 이름처럼.
나는 왜 글을 쓰는가? https://brunch.co.kr/@hajongkim2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