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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Feb 06. 2021

연탄 한 장으로 내다본 미래

불평등 해결 없이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2021년 상반기에 진행할 세대별 캠핑 프로그램

"평화 감수성, 대륙 감수성 공감을 위한 來일 로드" 기획회의를 하기 위해

(사)희망래일이라는 시민단체의 사무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점심 식사를 하며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활동가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지요.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걸 아시고는 고충을 말씀하시더군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석탄은 나쁜 거라면서 연탄봉사를 거부한다'라고 말입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 19로 봉사자 수가 줄어서 어려운데 말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불평등의 해결 없이는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연탄이 없으면 추운 겨울을 버틸 수가 없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불성설이지요.

사회적ㆍ공적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총력전을 벌여야만 가능합니다.

절대 모든 것을 민간에만 맡겨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기후위기는 불평등을 더 부각합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불평등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부를 축적하고

지구가열화를 초래한 '지구 방화범'들은

그렇게 축적한 부를 활용해 살아남습니다.

집도 더 튼튼하게 짓고,

폭염이 길어지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면

빵빵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나오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탄소배출의 책임이 가장 적은 계층들은

대부분 축적해 놓은 자본이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위기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더 대처하기 어려운 처지인 것이지요.

기후위기 대응만을 오로지 시장에만 맡기고 각자가 가진 자본과 능력으로만

해결하게 한다면 탄소배출의 책임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막대한 피해를 가장 먼저 겪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하여튼 본인이 수료한 대륙학교 총동문회에서 연탄봉사를 하신다길래

그때의 대화가 자꾸 마음에 걸려 연탄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에는 지게를 쓰지 않고 손수 가슴에 끌어안고서 연탄을 집집마다 전달하는 전통이 있다.

연탄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더군요.

연탄 한장은
우리에게 단지 하루 봉사활동 정도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2~3달 간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연탄봉사를 하지 않겠다는 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입니다.

선진국(고소득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핑계로
남반구의 개발도상국(저소득국가)들을 자꾸
압박하는 행위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어떤 전환도
타인을 죽이는 전환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전환도
누군가를 짓밟고

나 혼자만 살아남는 전환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부터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tlfCkFg8N0

안치환 <연탄 한 장>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이면

자주 듣게 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를

바탕으로 지으신

안치환 선배님의 <연탄 한 장>이라는 노래입니다.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출처] 연탄 한 장/안도현


정릉골 언덕길을 오르며

제 손에 들린 연탄 한 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는지를.


눈 내린 세상,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누군가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들기 위해

나를 산산이 으깨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지를.


서울시 성북구 정릉골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벽화를 볼 수 있다.
대륙학교 총동문회(회장:곽노현)가 연탄봉사를 끝내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연탄봉사는 사적 모임이 아니므로 5인미만 집합금지 지침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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