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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Feb 24. 2021

어쩌다 한 번, 일상

우리는 왜 뼈 빠지게 돈 벌어서 빼앗긴 내 시간을 사는 데 써야 하나요?

춘천행 첫차를 타기 전 개찰구 앞에서 찍은 사진

어쩌다 한 번 이른 아침,

길을 나설 때면

무슨 별일이라고 유난을 떨었습니다.


문득 사진을 찍다가

개찰구 옆 코레일 사무실을

들락날락이는 궤도 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왔지요.


저에게는

어쩌다 가끔 요란법석을

 떨곤 하는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일 뿐 입이다.






역에 도착한 시간이 04시 55분이었으니까

누군가는 먼저 와서 셔터를 올리고

열차에 시동을 걸었을 겁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가끔 미울 때가 있습니다.


굳이 어두운 밤을 밝히려

왜 그토록 애를 쓰는 걸까요?


모든 사람들이 잠이 든 시간

누군가는 깨어 세상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상은 왜 이토록 인간을 끊임없이

필요 이상으로 일하게 하는가.


대체 무엇을 위해?


더군다나 우리는 착취당하는 시간을 메꾸기 위해

더 빠르고 편리한 소비패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한 대가는

자신의 실질임금을 감소시키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착취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유지하지요.


"'타임 푸어'적 삶이 보통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편리한 퀵서비스 배달과
온라인 소비 패턴에 쉽게 적응해가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흥행하는 스마트 앱들
저 너머에서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는
수많은 배달 대행 플랫폼 그물에 걸린 생물학적 존재 자체에 거의 무관심하다."

-디지털의 배신 :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 中-


고등학교 시절, 밤을 새 가며

시험공부를 하는 일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학생의 일은 공부라고 하더니만

이 사회는 사람에게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고 강요해왔던 것입니다.



오늘은 6시 30분 전에 지하철을 타면

250원을 할인해주는 조조할인도

얄밉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통장잔고를 들여다보면

이 250원마저 아쉽습니다.



왜 노동자는 이른 아침, 늦은 저녁까지 일하지만

왜 단 돈 몇백 원에도 아쉬워해야 할까요?



왜 노동자는 평생을 갈아 넣어 세금이라고 바치는데

재난 상황에서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을 쥐어줘 놓고

뭘 그리도 생색일까요?



왜 나라가 가장 어려울 때,

국가가 위기상황이라고 말할 때마다,

가장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국난극복을 위해 일했던 이들은 안중에도 없을까요?



왜 평소에는 그토록 착취하고

위기상황에는 이토록 당연하다는 듯이

희생을 감수하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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