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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May 14. 2021

핵발전은 기후생태위기의 대안이 아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탈핵을 요구하는 이유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2년 뒤인 2023년부터 20년에 걸쳐 125만톤이 넘는 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질 예정입니다. 방류 결정이 내려지고 한 달,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시민사회 할 것 없이 전국 각지에서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 반대를 요구하는 규탄성명이 끊이지를 않고 있는데요.


4월 19일, 강릉시 의회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며 "동해안 청정 도시 강릉의 해양관광산업과 수산업은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5월 22일 울산ㆍ부산ㆍ경남ㆍ전남ㆍ제주 등 한일해협연안 5개 시ㆍ도는 부산시청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대책 실무협의회'를 개최합니다.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긴급 농성단' 소속 대학생들은 34인이 삭발을 하며 방사능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하였습니다. 지난 4월 24일부터 오는 5월 22일까지 '방사능오염수 방류반대 청년학생운동본부'는 격주로 서울일대를 행진하며 ▲일본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즉각 철회 ▲미국정부의 정략적인 지지 철회 및 사과 ▲한국정부의 오염수 방류 철회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 ▲ 실질적인 탈핵 정책 시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방사능오염수 방류반대 청년운동본부가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 대학생기후행동)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오직 탈핵, 탈원전을 시행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마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지난 2001년 독일 본에서 열린 IPCC 6차 당사국 총회 속개회의에서 채택한 '프롱크 안'에는 핵발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핵발전은 핵폐기물을 비롯하여 안전 및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CDM(청정개발체제, Clean Development Mechanism)으로 핵발전을 인정할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할 온실가스 저감능력 검증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적절한 방법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제 핵발전소를 도입했을 때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였는지 세부 데이터로 검증이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핵발전은 보안 문제로 투명한 공개가 어려운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IPCC는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인정받기는 커녕 자제하도록 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핵발전에 대해 수력이나 풍력발전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발전 방식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화석연료를 태우는 석탄화력발전소와 달리 핵발전은 발전 과정 자체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발전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원료의 생산과 폐기 등 모든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발전은 우라늄의 채굴과 농축, 가공의 모든 과정과 발전소 건설 및 운영 과정, 핵폐기물의 보관ㆍ운반ㆍ처리 등의 폐로 과정에 걸치는 대부분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계획을 세우고 건설 및 운영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도 있죠.



더이상 핵발전의 경제성 신화마저 무색한데요.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없이는 실용화하기 어렵게 보였던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의 비용은 최근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은 지진과 해일 등에 대비하고 설비 개선 및 유지, 보수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발전소 건설 비용에서까지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하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는 사고 처리 비용이 늘어나는 과정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핵발전은 근본적으로 대형사고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죠.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방사성 물질을 바닷물과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소 운영을 위해 발전노동자들이 피폭 당하는 현실은 어찌할까요? 원자로의 뜨거운 열을 식히기 위해 발전소 인근 수온이 높아져 파괴되어가는 해양생태계는 또 어찌할 것인가요?

  

이 때문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운동은 결국 탈핵과 기후운동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철회하는 운동은 점점 다가오는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하고 돈과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전초전인 것이지요. 이것이 우리가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탈핵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 4월 24일 방사능오염수 방류반대 청년학생본부는 청와대로 행진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지난 5월 8일 방사능오염수 방류반대 청년학생본부는 신촌거리를 행진하며 오염수 방류 반대 실천을 진행하였다.



* 본 내용을 각색하여 지구수호미디어 <플래닛타임즈>에 발행하였습니다.

http://planet-times.com/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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