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비상사태,우리의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기후환경교육'을 잘하고 싶은 걸까요?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예비교사니까? 우리가 살아갈 지구와 기후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기후환경교육을 거부합니다."
2019년 체계적인 기후환경교육을 요구했던 청소년들은 이제 기후환경교육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그렇다고 당시 서울시 환경교사 중 '환경교육'을 전공했던 교사가 단 1명뿐이었다는 현황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기후환경교육을 거부하고 나선 걸까요?
어쩌면 행동하지 않는 교사가 말하는 기후환경교육이 위선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너희들을 잘 교육시켜줄 테니 미래의 환경은 너희들이 잘 지켜라.”라고 느꼈던 것이지요. "대체 왜 우리(학생)만 교육받아야 하죠?"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기후환경교육을 한다면서 이명박 정권 녹색성장 시절 자료들을 들고 와서 일회용품(종이컵 등)을 쓰지 말라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는 말만 한다는 겁니다.
최신 연구자료들과 근거들을 이미 섭렵한 21세기 청소년들에게 20세기 교사들의 환경교육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교육이었던 거지요. 더군다나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선 탈석탄 관련 이야기는커녕 교육부의 정책 홍보나 듣고 오거나 “온실가스 줄여서 기후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요?”라는 말을 듣는 등 공감받지 못했던 것도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그린 스마트 교육, 제로에너지 건물 건축, 환경교육 의무화 등의 정책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것은 진짜 교육부에게 궁금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린 스마트 교육 다 좋은데 그래서 그러한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는 정확히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한가요? 교육부 장관에게 '환경교육'이 아닌 '탈석탄'을 요구합니다. 이는 교육부도 정부기관 중 하나로서 탈석탄을 얼마나 이루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으로 옮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교육부와 교사들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학생의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을 오로지 교육받아야 하는 대상이나 캠페인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학생이라는 존재는 취업예정자, 예비노동자, 취직해야 할 대상,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하는 사람, 미숙한 대상,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죠.
하지만 기후행동에 나서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당당하게 혹은 정의롭게 자신의 뜻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민주시민의 표상입니다. 이 때문에 기후환경교육은 교사가 학생을 함께 지금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동반자ㆍ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세계시민교육(지구시민교육)의 한 갈래로써 기후환경교육은 생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실에서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현재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생태위기에 맞서 실제 행동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할만한 교사-학생의 사회참여사례는 강원 양양 현북중 '교통약자를 배려한 시내버스 제안 및 반영', 울산광역시 온남초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고래 방류' 등 여럿이 있습니다.
* 참고 : YouTube 씨리얼 영상 '초6인데요, 여기 제가 살아갈 곳이니까 목소리 좀 낼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W8BvC6TeM5E
무엇보다 교사의 실천 없는 교육은 거짓말일 뿐입니다. 교과서 속 세상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망가져 있는데 아직도 교과서에서는 여전히 "세계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이 절대선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오래된 말처럼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변화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오직 교사만이 따라갈 수 있죠.
교실 밖 세상과 교실 안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아닙니다. 교실 안 세상은 교실 밖 세상의 일부일 뿐이지요. 어쩌면 아이들이 사는 교실 안의 크기는 교사의 크기와도 같습니다. 이 때문에 교사의 경험과 실천은 아이들을 만날 때 아주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후비상사태에서, 우리 예비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아주 명확합니다.
미처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후세대에게 떠넘기는 일은 너무도 무책임한 일입니다. 그러니 기후생태위기를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교사가 '기후환경교육'을 잘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요. 지난 30여 년간 교실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르치며 교실 안 제자들이 세계 각국 정부가 이 사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우리 인간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2021년 대한민국의 지독한 '기후 침묵' 현상 속 어딘가에는 분명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지속 가능한 개발과 녹색성장'을 가르쳐왔던 우리 교사들의 지대한 역할도 있을 테지요. "22세기 인류는 없다"라고 말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 앞에서 21세기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기후환경교육'을 넘어선 '기후행동(climate action)'입니다.
수많은 오늘이 모여 미래를 만들듯 나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속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는 내일이 아닌 지금 당장, 바로 '오늘' 행동해야 합니다.
* 본 내용은 2021년 4월 2일 금요일 대학생기후행동 춘천교대 지부와 미래를 위한 예비교사 모임 '오늘'이 공동 주최한 오픈 세미나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기후행동 : 청소년기후행동>에서 다룬 내용과 2021년 5월 19일 수요일 <미래를 위한 교육과정, 예비교사 집담회> 발제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