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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Sep 04. 2021

빙하가 알려주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경고

그린란드에 눈 대신 비가 내린다고?

그린란드에 눈 대신 비가 내린다고?

최근 그린란드 대륙 빙하의 가장 높은 지대에서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린란드가 빠르게 온난화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는데요. 현지시간 14일부터 사흘간 그린란드 곳곳에서 영상 기온과 강우가 잇따랐습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 15일 그린란드에서 8월 중순 하루 평균의 7배에 달하는 빙하가 손실되었다고 해요.     


미 국립과학재단(NSF)에서 극지방 연구를 담당하는 제니퍼 머서는 “지난 10년 동안 해빙, 강풍 등 정상에서 벗어난 기상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나 주로 먹이를 구하기 쉬운 해안 지대에 머무는 북극곰이 수백km 이동하여 고지대에 출현하는 현상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빙상 고지대에서 북극곰이 세 마리가 목격되었다고 전했는데요. 대체 그린란드는 어떤 곳이길래 문제가 되는 걸까요? 


출처 : PIXABAY


그린란드는 어떤 곳일까

그린란드는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면적 약 210만 5,600㎢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대부분 이누이트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경작이 가능한 땅은 2%에 불과하지만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섬의 날씨는 빙하 지역에서 뿜어 나오는 차가운 공기로 언제나 서늘한데요. 이곳에서는 영상 5~10℃까지는 따스한 기온이고, 영하 10℃는 그저 쾌적한 온도로 통한다고 하죠.     


북쪽의 얼음섬그린란드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세상에는 얼음이 참 많은데요. 특히나 우리는 고위도 지역을 중심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 대륙 위에 두껍게 쌓여 있는 얼음, 높은 산에 있는 얼음 등을 흔히 ‘빙하’라고 부릅니다. 빙하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요. 날이 따뜻해지면 녹아서 물이 되기도 하고 바로 기체로 승화하기도 합니다. 다시 겨울이 되어 차가워지면 빙하는 커지는 것이 자연의 당연한 이치죠. 하지만 최근 빙하기 여름에는 너무 많이 녹고 겨울에는 충분히 얼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빙하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데요. 심지어 몇몇 빙하들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8월 25일, 영국 리즈대 극지 관측 및 모델링 센터(CPOM)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28조t의 얼음이 사라졌다고 유럽지구과학연맹(EGU)이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The Cryosphere(빙권)’에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매년 약 8,000억t의 얼음이 녹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1조 2,000억t,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1조 3,000억t에 이르는 얼음이 매년 사라지는 등 녹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얼음이 녹는 원인으로 기온 상승과 해수 온도 증가를 꼽았는데요. 1994년부터 2017년 사이 녹인 얼음의 68%는 기온 상승 영향으로, 나머지 32%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근 그린란드에 눈이 아닌 비가 내린 것도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요.     


출처 : PIXABAY




빙하가 녹으면 무엇이 문제일까?

바닷물이 얼어있는 형태의 해빙은 해수면 상승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북극의 해빙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를 반사해서 북극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해빙이 줄어들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북극이 더 빠르게 온도가 상승해 빙하와 빙상이 더 빨리 녹고 그 결과 해수면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특히, 그린란드와 산 계곡의 빙하가 녹는 것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 간 사라진 28조t 가운데 50%는 육지에서 사라진 얼음입니다. CPOM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세계의 해수면을 약 35밀리미터(mm) 상승시킨 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해수면의 상승은 해안 지역의 침수로 이어지는데요. 우리나라도 그 영향에서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9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토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여명이 침수피해를 입는다고 예측하기도 하였는데요. 올해 유럽과 동아시아에 쏟아진 폭우와 이로 인한 하천의 범람 소식은 앞으로 우리에게 벌어질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더군다나 온대 및 열대 지방의 산악 빙하는 지역 사회의 담수원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빙하는 지구에서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의 75%를 저장하고 있는 거대한 물탱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의 절반 정도가 높은 산에 쌓여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물의 원천이며, 무려 세계 인구의 1/6이 빙하가 있는 강 유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결국 빙하가 녹으면 우리에게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먼저 다가올 것입니다.


또한 북극해 주변에는 1년 365일 녹지 않는 ‘영구동토층’이 있습니다. 항상 녹지 않는 영구동토층은 북반구 땅의 무려 1/4을 차지하는데요. 이 땅에는 분해되지 않은 동물의 사체가 묻혀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고 영구동토층의 얼음이 녹게 되면서 묻혀있던 사체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양의 메탄을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데 기여하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영구동토층이 녹을지, 전세계 영구동토층에 묻혀있는 1조 5억t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출처 : PIXABAY


빙하가 알려주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경고

흔히 빙하가 녹는다고 하면 바다 위 해빙에 홀로 남아 있는 북극곰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곳곳에서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그린란드에 눈 대신 비가 내리고,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일이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빙하가 인류에게 던지는 경고를 무시해버린다면 우리는 앞으로 상상하지 못한 파국을 맞게 될 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지식백과(학생백과, 시사상식사전) : 그린란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529037&cid=47340&categoryId=4734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827214&cid=43667&categoryId=43667

동아사이언스 : 세계의 얼음이 기록적으로 녹고 있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3432

한겨례 : 그린란드 정상에 처음 ‘눈 대신 비’...폭우 70t 쏟아져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8531.html

해양수산부 공식블로그 : 해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https://blog.naver.com/koreamof/221311168136

KBS NEWS : 요즘 눈 대신 비 내리는 ‘그린란드’ 빙하 고지대...무슨 일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61612&ref=A     

-단행본-

김백민(2021),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블랙피쉬

김추령(2021), 『과학교사 김추령의 기후위기 이야기 - 내일 지구』, 빨간소금

조천호(2019), 『파란하늘 빨간지구』, 동아시아



* 위 내용은 각색하여 지구수호미디어 <플래닛타임즈>에 발행하였습니다.

http://planet-times.com/758

http://planet-times.com/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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