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종 Dec 16. 2021

수많은 생명을 구할 이슬 포집 기술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물 부족을 해결하는 포그캐처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극심한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수도꼭지를 틀면 수돗물이 펑펑 나오고 편의점 칸마다 생수로 가득 차 있어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쉽게 볼 수 있죠. 그래서 물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믿지 못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많은 나라가 식수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답니다.     


대체 왜 지구의 3분의 2를 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부족할까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대부분 바닷물이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은 염분을 함유하고 있어 바로 마실 수 없고 자원화에도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죠. 결국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겨우 2.5%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빙하, 만년설, 영구동토 속에 갇혀 있어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단 1%에 불과합니다. 이 1%의 물을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한의 건강 유지를 위해서 하루에 1인당 50~100리터(ℓ)가 필요합니다. 마시는 물, 개인과 가정의 위생을 위해 필요한 물, 세탁에 필요한 물 등을 포함해서 말이죠. 여기서 WHO가 발표한 필요한 물의 양은 생존을 위한 최소량입니다. 그에 비해 지난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287ℓ(환경부, '상수도통계 2017')로 상당히 많은 양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WMO(세계기상기구)는 2021년 10월 5일(현지 시각), 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세계적이고 지역적인 강수량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심지어 지구가 지표면 등에 저장하고 있는 담수량마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WMO는 지난 20년간 지표면과 지표면 아래, 눈, 얼음 등에 저장된 물의 양이 연간 1cm씩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앞으로 더 심각해지면 수자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WMO는 2018년 기준 1년에 한 달 이상 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인구는 36억 명이었지만 2050년에는 50억 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 부족 국가에 살고 있으며 안전한 식수와 위생 시설에 대한 접근도 어려운 상황이라니 참 답답한 현실이네요.    

 

그리고 물 부족은 결국 우리에게 배고픔으로 다가옵니다. 기본적으로 물은 경제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인데요. 농업의 경우 1칼로리를 생산하기 위해, 1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기 생산에도 물이 필요하죠. 실제로 인도와 호주, 미국 등지의 발전소에서 물 부족으로 인해 냉각시설 구동이 어려워 전기 생산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물 사용량이 훨씬 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제2의 도시 케이프타운 당국은 지난해 수도 공급 중단을 의미하는 '데이제로(Day Zero)'를 면하기 위해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을 50ℓ로 제한해 급수한 바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것 같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38㎜로 세계 평균인 970㎜보다 많습니다. 그러나 국토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으로 따지면 세계 평균의 8분의 1 정도로 줄어듭니다. 지금은 부족함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물이 넘치는 나라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이 부족한 국가들 대부분은 적도의 남북 4,000㎞ 인근에 있는데 세계 인구의 약 70%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 지역 물 부족 국가들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과학을 활용하고 있답니다. 바로, 안개를 이용해 물을 확보하는 ‘포그캐처’입니다. 지금 당장 물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포그캐처’를 소개해드릴게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 '스테노카라'의 모습. [사진 출처 =피어슨(글로벌 에디션 2015)]


포그캐처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 '스테노카라'가 물을 얻는 방법을 응용해 만든 장치인데요. 스테노카라의 등에는 1㎜ 간격의 돌기가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돌기의 끝은 친수성, 바닥 면은 물과 친하지 않은 혐수성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끼면 딱정벌레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등지고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러면 안개 중의 수증기가 친수성 돌기 끝에 붙어 점점 커진 물방울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굴러 떨어지는데 바닥 면이 물을 밀어내 물방울은 미끄러져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가는 원리입니다. 덕분에 스테노카라는 비 한 방울 구경하기 힘든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물 걱정 없이 잘살고 있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물이 거의 없는 건조한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의 공기도 습도가 30%는 되기 때문에 공기 중에는 수분이 충분히 있습니다. 포그캐처는 이렇게 공기가 품고 있는 많은 수분을 포집해 식수 등으로 사용하는 원리죠. 포그캐처를 잘 활용한다면 산업용까지는 힘들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식수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요. 포그캐처는 나무 등 식물의 줄기를 엮어 틀을 만들고, 이슬이 잘 달라붙도록 촘촘한 나일론 소재의 그물을 달아 만듭니다. 그리곤 낮과 밤의 기온 차이를 활용해 공기 중 수분이 응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얻죠.     


에티오피아의 '와카워터'의 모습. [사진 출처=architectureandvision.com]

실제로 에티오피아에 설치된 ‘와카워터(Warka water)’는 하루에 100리터에 달하는 물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30평 남짓한 땅에 타워 하나를 제작하는 데 우리나라 돈으로 50~100만원 정도면 충분하고, 구조도 매우 간단해서 10명이 30분만 투자하면 타워 하나를 세울 수 있습니다.      

와카타워는 한 번 제작하면 6~10년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에서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처음 포그캐처가 개발되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안개가 가진 수분의 2% 정도만 수집할 수 있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10% 정도까지는 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칠레나 에콰도르, 네팔 등 물 부족 국가의 안개가 많이 끼고 바람이 많이 부는 마을에 설치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물 부족 국가 곳곳에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는 ‘포그캐처’,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이 전망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줄기 단비와도 같은 소식을 전해 주었네요!



<참고자료>

기획재정부 공식블로그 : 물 부족 해결! 포그캐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mosfnet&logNo=222565883814&categoryNo=50&parentCategoryNo=50&from=thumbnailList

아시아경제 : [과학을읽다] 안개를 물로 바꾸는 ‘포그캐처’

https://www.asiae.co.kr/article/2018112115422382666

MBC뉴스 : "이건 기적이에요"‥120만 도시빈민 살린 '포그 캐처’

https://imnews.imbc.com/news/2021/world/article/6302627_34880.html

매거진의 이전글 버섯 균사체로 만드는 미래의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