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100억 인구를 먹여 살릴 마이셀프로젝트
인간 생활에서 의식주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기후위기와 자원순환, 폐기물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매일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나름의 생활을 이어가죠. 그렇기 때문에 마이셀프로젝트의 행보가 더더욱 흥미롭습니다. 버섯을 이용하여 대체고기를 만들고 대체가죽을 만듭니다. 의식주 가운데 둘에 해당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요긴한 음식과 옷을 생산하는데 뛰어든 것입니다.
“아이들, 지구에 사는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두려움 없는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하고 싶다” 라고 말하는 사성진 대표에게는 사연이 있어요. 사성진 대표는 우리나라 굴지의 자동차 기업의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자동차는 20세기 산업문명을 상징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자동차는 기후온난화를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자동차가 늘어남으로써 개개인의 탄소발자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딸들과 원주 기후변화센터를 찾았을 때였습니다. 한 전시물 앞에서, 딸 아이가 말했죠. “너무 무섭다”라고. 전시물은 해수면 높이가 1.5도만 높아져도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해요. 사 대표의 딸은 그날부터 3일을 내내 울었어요. "거대한 환경 변화 앞에서,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며 그저 생존을 위해 사는 것이라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며 사 대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쓰고 버리고 지구를 병들게 하는 산업체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자연 순환 구조로의 전환입니다. 이러한 사 대표의 일화는 이미 EBS 다큐멘터리 지식채널 e의 <딸이 울었다> 편으로도 제작된 바 있습니다.
"자연 자원의 순환성은 이미 완성됐다. 석탄기 말, 균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지구 표면에 쌓여있던 대량 목재를 균들이 분해하기 시작했다. 균의 등장으로 세상에 쓸모를 다한 것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마이셀이 곰팡이에 속하는 버섯균류를 핵심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곰팡이류가 생태계에서 자연 순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 대표는 "이 역할을 확장하여 자연계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산업적 순환성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진화는 거대한 시간의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고, 지구라는 행성과 지구상의 생물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회들을 제공해 왔습니다. 지질시대 중 석탄기에는 목재를 분해하는 곰팡이(균)가 존재하지 않았죠. 그래서 지구 표면에는 대량의 목재 쓰레기가 쌓여 있었습니다. 석탄기 말, 진화의 결과로 백색 부후균이 나타나면서,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균류의 등장으로 마침내 자연자원의 순환성이 완성된 것입니다. 균류의 등장이 없었다면 지구 표면은 지금까지도 나무 쓰레기로 뒤덮여 있을 것입니다. 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사 대표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류가 산업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의 순환 고리 안에서 분해하고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켜 우리의 미래를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라며 "곰팡이 균류가 산업시스템과 자연생태계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함으로써 현재의 산업 체제를 선형구조에서 자연시스템의 순환 구조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것이 궁극적으로 마이셀이 하고 싶은 일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셀프로젝트의 '균사체 고기'는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 인류를 살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통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생각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한 이동수단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요. 우리가 매일 먹는 하루 세 끼의 결과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식탁에 최종 음식물이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죠. 트랙터, 어선, 수송, 가공, 화학 처리, 포장, 냉동, 슈퍼마켓, 부엌에 연료를 공급하기까지 이 모든 공정(value chain)에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는 강력한 아산화질소를 발생시켜 대지를 오염시키고 대기 중으로 배출됩니다.
현재 육류로 소비되는 가축은 지구 상에서 약 600억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가축들을 사육하기 위해 식량과 목초지로 농지의 거의 절반이 할애되고 있죠.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포함한 축산 배출물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데요. 농업에서 삼림 벌채,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든 식품 관련 배출에 축산까지 추가한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야말로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병한 Earth+대표는 그의 책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에서 "채식은 결기어린 결단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행부터가 어렵다."라며 "설혹 결심했더라도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며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채식주의자 비율에 허수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장기적으로 추적해보면 다시 본디의 식습관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8할이라는 보고서도 있다며 그래서 "육식과 채식 사이 양단간에 선택하라는 윽박지름은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라며 육식과 채식 사이 샛길을 열어주고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육식의 대안이 채식이라는 설교만으로 도덕적인 타박을 하기보다는, 기왕의 육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폭넓게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인류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왔던 일 만년이 넘는 오래된 습관을 바꾸려면 그만큼이나 영리하고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어쩌면 마이셀프로젝트의 균사체 고기는 이미 고기 맛을 알아버린 인류에게 '제3의 길'을 열어주는 열쇠는 아닐까요?
<참고 자료>
프레시안 사성진 대표 인터뷰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167018
아이티랩 : 버섯균이 가죽이 되는 상상, 현실이 된다 ‘마이셀’
https://itlab.co.kr/v7/?m=rssM&bid=news&uid=146035#comment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