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약 3달이 남았습니다.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기 전 모든 대선 후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대선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도 기후위기 의제가 전면으로 나오지 않아 답답한 것이 현실입니다.
"후보가 안 해서 우리가 한다!"
국내 청(소)년 기후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후보가 기후위기에 맞서 싸울 비전, 공약, 발언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청소년기후행동이 묻고 모아 왔다"라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는데요. 제대로 된 기후정책이 나오지 않는 현실에 답답했던 청소년들이 직접 나선 것입니다. 직접 기후정치크루를 모집하며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관련 질의서를 보내고 그에 대한 답변을 받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솔직히 참담한 수준이었는데요. 거대 양당의 대선주자 모두 낙제점 수준이었습니다.
출처 : 모두의 기후정치 홈페이지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김재연·오준호·김동연 대선 후보 7인에게 전달된 질의서는 '기후 정치 비전 검증 고사'라는 일종의 시험지 형태로, 지난 9월부터 청소년기후행동이 시민 1570명과 함께 준비한 것입니다.
질의서는 ▲제1영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 사회 시스템의 전환 필요성' ▲제2영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의 필요성' ▲제3영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 방안' ▲제4영역 '기후정의에 입각한 전환 방안' ▲제5영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적 의지' 등 총 5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각각의 후보 답변지를 평가한 결과, 전체 5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는 진보당 김재연 후보(3.7점)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2.5점)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0.3점)로 나타났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가 나란히 0.5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점,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는 1.7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죠.
출처 : 진보당 김재연 선거대책위원회
먼저 김재연 후보는 대선 후보들 중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과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짚었다는 점에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조세제도 개편을 go한 온실가스 주범인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이어 김 후보는 정치가 전환의 과정에서 배출의 책임자보다 전환의 정 가운데에 있는 이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제시했습니다. 청소년들은 당사자를 배제하지 않는 김 후보의 기후 공약과 명확한 비전 제시 등을 높이 평가했는데요.
당사자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 민중에 의한 전환 비전 및 화석연료 발전원의 폐쇄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결정 참여 등을 공약에서 반영하기도 했고, 자신이 그릴 기후 정책이 명확히 어떻게 작동할지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보편적 위기로 다가온 기후 문제에 대해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접근 자체가 유의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후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친 심상정 후보는 답변들이 당위적 선언에 그쳐 아쉽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명확한 비전이 덜 제시되어 아쉬움이 있다는 답변이었죠. 다만 공항과 핵발전에 대한 반대 입장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점수를 얻었습니다.
주요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체 5점 중 1점을 받았는데요.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은 하지만 정치적 리더십을 보인 공약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총평입니다. 여러 기후 공약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두리뭉실한 답변이 많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총 5개의 신공항 건설을 약속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합니다.
공항을 짓는 개발주의 방식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없고, 공항을 짓는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공항을 짓는 문제를 덮어버리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못 하고, 지역 균형 발전도 못 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꼴찌의 불명예를 얻은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기술에 대해서만 강조했는데요. 전환의 비전에 관한 질문,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일관되게 에너지 믹스(재생에너지 45%, 원전 35%, 기타 에너지 20%)만을 외쳤습니다. 이에 청소년기후행동은 "기술과 수치만으로 실제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없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이어 낮은 점수(0.5점)를 받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IPCC의 권고사항, 국내외 각종 인식조사 등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공약을 준비하였다고 했지만 제대로 읽어보긴 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영향은 외면한 채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만 문제를 다루며 특정 자본과 발전사업자 등 이해당사자만을 대변하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덧붙여 청소년 기후행동은 윤 후보가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말은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후보와 동일한 점수를 받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는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자고 했지만, 답변을 보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금 현실 안에서만 할 수 있는 것만을 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IPCC 보고서를 다시 읽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체감하고 현실인식을 하길 바란다는 거침없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말하는 정치인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국제적인 약속도 이미 수두룩하죠. 하지만 기후위기를 말한다고 해서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왔습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빼놓고 책임 있는 정치를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가 전환의 과정에서 배출의 책임이 있는 자들이 아닌 전환의 정 가운데에 있는 보통의 사람들을 대변해야 할 때입니다.
"기후위기에 맞설 수 없는 후보에게 단 한 표도 주지 맙시다!"
이제 기후위기에 맞설 수 없는 후보에게는 한 표도 주어서는 안 됩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기후위기'와 맞서기를 뒤로 미룬다면 대통령 당선도 한참 뒤로 미루도록 해야 합니다. 더이상 우리에게 기다려 줄 시간이 단 1초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난 12월 14일 5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대선이 되어야 한다는 선언과 함께 "2022년에는 기후 대통령을" 위한 기후대선운동본부를 발족했습니다. 기후대선운동본부는 기본소득당, 녹색당, 미래당, 정의당, 진보당 등 5개 정당과 녹색전환연구소, 대학생기후행동, 문화연대,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청년기후긴급행동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진보정당들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각개 약진해왔고 시민사회는 정책 선거를 위해 수많은 정책 제안과 공약 평가를 해왔죠. 이 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를 지금 당장의 위기 앞에서 각개약진이 아닌 공동의 투쟁이,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적극적 개입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을, 그 노력은 정의롭고 전환적이어야 함을 우리 사회가 약속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인데요. 과연 2022년 대통령 선거, 기후 대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후정의의 대선이 될 수 있을까요?
정의당 심상정(왼쪽 두 번째), 기본소득당 오준호(왼쪽 다섯 번째), 진보당 김재연(왼쪽 여섯 번째) 대선 후보 / 출처 : 기후대선운동본부
'기후 정치 비전 검증 고사' 전문 내용과 함께 대선 후보별 기후위기 관련 공약 및 발언과 기후 관련 행보는 청소년기후행동 '모두의 기후정치 대선캠프'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