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알아보는 거대 양당 기후정책
청소년기후행동은 2022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기후정책 비전 검증고사' 시험 형식의 기후위기 관련 질의서를 보내 각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모두의 기후정치, 후보없는 대선캠프>를 꾸려 특정 후보의 당선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일하는 모두의 기후정치 캠프의 콘텐츠. 혼자 보기 아까워 몇 꼭지의 글을 더 써보려고 해요.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제출한 답변서에는 두루뭉술한 답변들이 많습니다. 공약이 두루두루 나와 있지만, 딱히 기후위기를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공약은 없었죠.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은 하지만 정치적 리더십을 보인 공약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1호 공약은 성장의 회복입니다. 공정성 회복을 통한 성장 토대 마련,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환 성장을 투 트랙으로 하는 ‘전환적 공정 성장’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공약했죠. 대표적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내세웁니다. 박정희 정부의 ‘산업용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토대가 되었고, 김대중 정부의 ‘인터넷 고속도로’가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것처럼 기후위기 시대의 대전환을 준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죠. 탈탄소 및 재생에너지 목표를 적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의 능동형 송배전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하겠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는 지역 균형 발전 공약으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및 울릉공항, 가덕도 신공항 및 부·울·경, 새만금, 흑산도 소형 공항 등 총 5개의 신규 공항을 약속했습니다. 기후위기 시국에 공항 왜 짓느냐는 말에, 이재명은 가덕도 신공항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발전을 할 것이며 탄소중립 공항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죠. 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신공항은 오히려 지역 발전 저해하는 애물단지다. 탄소중립 공항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boatysSScS8?list=TLGGkdtCCEm61cYxNDAxMjAyMg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해왔던 공항을 짓는 개발주의 방식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공항을 짓는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죠.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균형 발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항을 짓는 문제를 덮어버리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못 하고, 지역 균형 발전도 못 한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제1야당의 후보라고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윤석열 후보는 이렇다 할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https://youtu.be/_uJxJ7tSi1w?list=TLGGjLy6BG4smBgxNDAxMjAyMg
청소년기후행동의 질의서에 윤석열 후보는 “IPCC의 권고사항, 국내외 각종 인식조사 등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공약을 준비하였습니다.” 라 답하였지만, 이 답에 대해 활동가들은 “IPCC를 토대로 공약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읽어보긴 한 것인지 궁금하다. IPCC를 토대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감축목표 설정 탈석탄을 기조로 하나 탈석탄은 어렵다고 말할 수 없다. 윤석열 후보가 답변에 계속 언급하는 이해당사자는 국민이 아니라는 게 쉽게 보였다. 특정 자본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 답변이었다. ”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후보의 답변을 살펴보면, 윤석열 후보가 기후위기에 대해서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말은 하지만, 실제 윤 후보는 우리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윤석열 후보는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철저히 과학에 기반하고, 과학자와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기후위기에 적극 대처하도록 하겠다.” 라며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답변을 살펴보면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영향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만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실제 IPCC에서는 원전을 중요한 탈탄소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윤석열 후보는 “기후위기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모두가 똑같이 N분의 1의 책임을 나눠갖는 문제가 아닙니다. 명백하게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있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나뉘는 문제죠.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책임을 물어야만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다루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게 책임이 있고 이해당사자다.”라며 배출 책임을 대변하는 것은 정치가 위기 앞에 더 취약하고 많은 영향을 받을 국민의 삶을 대변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기에 위험합니다.
또한 청소년기후행동은 "윤석열 후보는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는 이유로 반복해서 언급하는 이해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위기를 직면한 이들을 단지 피해 대상, 약자로 지목하고 실제 해야 하는 변화는 이해당사자(발전사업자, 자본)들을 고려해야 하니 어렵다는 말은 문제조차 직시하지 않은 것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죠.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정치적 계기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2022년 구성되는 새 정부는 2027년까지, 지방정부는 2026년까지 임기를 보내게 되죠. 2020년~2021년에 수립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목표를 실제 실행해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2020년대는 “인류세에 가장 중 요한 향후 10년”으로 일컬어집니다. 2022년이 지역과 국가권력이 모두 교체되는 시기인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치적 전환이 이뤄진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계기로 사회 대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2020년 수많은 기후위기비상선언 결의안이 국회, 지방정부 등으로부터 제시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비상선언 관련 결의안이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힘으로부터 4개가 발의되었고, 이를 결합하여 2020년 9월 24일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러한 비상선언은 기후행동의 연대체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지난 4월 총선 당시 4대 요구사항 중 첫 번째 항목이기도 했었죠.
그리고 지자체장이 공석이었던 2곳을 제외한 226개 기초지자체도 2020년 6월 5일 기후 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선언과 약속들이 발표되었음에도 IPCC에서 요구하는 수준 혹은 역사적 책임에 맞는 수준의 행동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과 제도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단기간에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면서 민중에게 불평등하지 않은 방식으로 탈탄소 사회로 나아가려면 지금의 시스템 내에서는 불가능하죠. 따라서 전 사회 시스템 차원의 전환을 위해서는 부단한 정치적 실천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둘 중에 누가 되어도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암담한 2022 대선정국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둘 다 우리의 삶을 바꿔주지 못한다면 다른 대안을 찾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참고 자료>
모두의 기후 정치 캠프 본부는 대선 후보들의 답변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